통합 검색

FASHION MORE+

유치하게 찬란하게

노골적으로 유치해진 디테일의 남성복 여섯 피스를 들여다봤다.

UpdatedOn March 23, 2016

Gucci

구찌의 2016 S/S 시즌은 남녀 컬렉션 모두 ‘맹목적인 사랑’을 타이틀로 로맨틱한 무드가 넘치는 피스들로 가득 채웠다. 그중에서도 이 옷은 가장 노골적이다. 경쾌한 깅엄 체크 위로 시즌 타이틀 ‘Laveugle par Amour’가 애교 넘치는 서체로 자리하고 붉게 달아오른 두 마리 벌이 핑크색 꽃을 둘러싸고 있다. 벌이 꽃을 찾듯 맹목적인 이끌림을 직설적이고 더없이 화려하게 담은 이 옷은 풋사랑의 러브 레터 같다.


 

Andrea Pompilio

안드레아 폼필리오는 신파 드라마 속 여주인공의 대사 같은 ‘유치뽕짝’ 슬로건을 컬렉션 구석구석 심었다. 라이더 재킷, 저지, 셔츠, 이너까지 컬렉션의 핵심적인 아이템들 위로 ‘Love Me Forever or Never’라는 단호한 멘트를 새겼다. 검은색 메시 소재 슬리브리스 한가운데 수놓은 구불거리는 귀여운 레터링은 붉은색을 사용해 더 절절하게 와 닿는다. 남자 옷치곤 부담스러운 감이 있지만 또 은근 사랑스럽다.

 

Saint Laurent

범상치 않은 카디건이다. 파랗고 빨갛고 또 각양각색의 패턴들은 얼마나 요사스러운지…. 칸칸으로 나뉜 카디건을 찬찬히 살펴보면 알록달록한 새를 시작으로 형광색 호피 무늬, 야자수 그리고 마지막 칸에는 몇 마리의 공룡들이 줄지어 버티고 있다. 마치 어린아이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한꺼번에 슥슥 그린 듯하다. 이번 시즌 생 로랑은 1990년대를 대표하는 가장 자유로운 영혼의 뮤지션 커트 코베인을 런웨이 위로 부활시켰다. 그리고 이 현란한 카디건은 공식 없는 그런지 룩을 즐겨 입었던 그의 분방한 스타일의 재현이다.

 

Prada

분명 보터넥 감색 스웨터는 별다른 것 없이 얌전하다. 그런데 그 위를 과거 픽셀 게임을 연상시키는 수많은 레이싱카 패턴이 맹렬하게 질주하고 있다면? 2016 S/S 시즌 프라다의 핵심은 1980년대다. 다양한 시도가 쏟아졌던 혼란스러운 시대를 프라다만의 정교한 해석으로 정돈했다. 다양한 옷들이 등장했는데 확실히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토끼와 레이싱카 그리고 로켓까지, 다 자란 우리네 마음 한편에 남은 동심을 자극하는 픽셀 패턴들이었다.


 

Junya Watanabe

패치워크를 배제하고 준야 와타나베를 논할 수 없다. 워크웨어를 기반으로 매 시즌 빈틈없이 단단한 남성복을 선보여온 그가 이번 컬렉션에서도 어김없이 패치워크를 등장시켰다. 특정 짓지 않은 ‘멀고 먼’ 어딘가를 테마로 다양한 패턴과 도형을 활용한 이국적인 패치워크는 이전 시즌의 것에 비해 유독 화려하다. 색감은 원색적이고 면적은 더 과감하고 다양한 모양을 그리고 있다. 마치 색종이를 정성껏 오려 붙인 콜라주를 연상시킨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PHOTOGRAPHY 박원태
GUEST EDITOR 김재경

2016년 03월호

MOST POPULAR

  • 1
    고급 시계 3라운드
  • 2
    NEW THING's
  • 3
    An URNAB Explorer With RADO
  • 4
    RE-NEW SNEANKERS
  • 5
    WARMING UP

RELATED STORIES

  • FASHION

    경이로운 세계

    시공을 초월한 스타일의 경이로움을 담은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 전시가 열린다. 까르띠에 현대 작품의 독창성에 초점을 맞춘 이 전시에 주목하자.

  • FASHION

    An URNAB Explorer With RADO

    도시 탐험가 라도와 지창욱, 서울에서의 두 번째 만남.

  • FASHION

    예술과 기술의 경지

    루이 비통은 지난 3월, 호화로운 태국 푸껫을 배경으로 새로운 하이 워치 & 하이 주얼리를 선보였다. 메종의 놀라운 공예 기술, 하이 워치메이킹의 정수가 깃든 혁신적인 패러다임에 대한 면밀한 기록.

  • FASHION

    제네바에서 일어난 일

    올해 4월 9일부터 15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시계 박람회 ‘워치스 앤 원더스 2024’가 열렸다. 거기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모아 전하는 2024 시계 트렌드 가설.

  • FASHION

    클래식의 정수, 미니멀한 디자인의 수동 면도기 4

    면도를 일상의 작은 즐거움으로 만들어 줄 수동 면도기.

MORE FROM ARENA

  • FASHION

    DAILY CLASSIC

    클래식을 슬쩍 비튼 에르메스의 우아한 변주.

  • FASHION

    Refresh I

    계절이 바뀌며 벌어지는 일상의 작은 개편, 일단 가벼운 아우터부터 시작.

  • INTERVIEW

    우리 '호'

    슈프림 여제 애드리안 호가 한국에 왔다. 슈프림 때문이 아니라 서울패션위크 방문차 왔다고 한다. 치킨을 먹으러 간다는 그녀를 붙잡고 기념 화보 몇 장을 남겼다.

  • INTERVIEW

    세븐틴, “멤버들과 영원하길 꿈 꿔”

    세븐틴 에스쿱스, 정한, 민규의 다채로운 매력을 담은 커버와 화보 미리보기

  • INTERVIEW

    머드 더 스튜던트의 불협화음

    “불협화음을 사랑해요.” 머드 더 스튜던트의 음악은 삐죽빼죽 모난 바위 같다. 곱게 다듬은 소리가 아니라 불규칙적이고 혼란스러운 소리를 담고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는 장르를 허물고 정형화된 틀을 깨며 ‘머드 더 스튜던트’만의 우주와 질서를 창조한다. ‘From Chaos To Cosmos’를 외치며!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