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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해야 할 일

막강한 힘을 갖게 된 포털 사이트는 돈 버는 일 외에도 나눔 폰트 기획처럼 대한민국의 마에케나스(Maecenas)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인 듯 보인다. 거기에 <아레나>가 조언을 하고 싶어졌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거대 포털 사이트가 해야 할 일을 물었다. 그리고 그들의 생각과 바람이 여기 이렇게 도착했다. <br><br>[2008년 12월호]

UpdatedOn November 21, 2008

Editor 성범수 illustration 장재훈

거대 포털 네이버에게 지금보다 더 많은 책임을 요구하는 건 무리일까. 아니다. 우리가 내비치는 관심에 비해 네이버는 아직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답들만 내놓고 있으니까.

1. 제안 거리 공연 버스킹, 전국 캠페인

한국 음악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얕고 좁은 저변에 있다. 인구 수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국보다 훨씬 인구가 적음에도 스웨덴이나 아이슬란드에서 등장하는 뮤지션들의 음악을 들어보라. 그 깊이와 다양성에 놀라게 된다. 경제력 또한 마찬가지다. 남아메리카와 자메이카 등의 음악은 일찍이 세상을 뒤흔들었다. 문제는 저변이다.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살고, 그나마 전국이 일일생활권이다 보니 지역 문화가 없다. 게다가 음악은 젊었을 때 한철 듣고 그만이라는 한국 사회의 지배적 인식이 문제다. 음악의 저변은 어디서 출발하는가. 그건 거리에서다. 음악 선진국일수록 거리 공연을 시작으로 팬이 형성되고, 그 팬들이 클럽으로 이동하며 동네 음악 신이 만들어진다. 거리에서 음악을 하는 행위를 버스킹이라고 한다. 그리고 음악 선진국일수록 버스킹 문화가 발달해 있다. 포털 사이트에서 버스킹 캠페인을 진행하면 어떨까. TV 예능 프로그램에서만 볼 수 있는 가수형 연예인이 아니라, 스스로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이들을 전국 각지로 보내는 거다. 사이트를 통해 ‘오늘의 버스킹’ 프로그램을 공개하고, 그들이 공연하는 장소와 소개 기사를 내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거다. 문화의 불모지일수록 그 파급력은 강할 수밖에 없다. 내 눈앞에서 연주하고 있는 이들의 가공되지 않은 음악을 들으며, 사람들은 연예인이 아닌 뮤지션을 꿈꾸게 될 것이다. 전국 동시 다발 버스킹 캠페인, 산업이 아닌 문화로서 음악에 바치는 투자다.

김작가(음악평론가)

2. 제안 온라인 녹색당 결성

좋건 싫건 거대 포털은 권력이다. 특히 네이버가 그렇다. 문제는 포털이 막강한 대중적 영향력을 지니고도 뉴스 선별권을 무기로 50대 강남 땅부자처럼 행세하고 있다는 거다. 그 동네 윗사람들 성향이 그렇다면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렇게 가다간 도토리 장사나 해먹는 싸이월드처럼 금세 내려앉을 것이다(알다시피, 대중은 금방 질리고 새로운 것을 찾는다). 네이버에게 필요한 건 보수 색채를 살짝 누르고 젊은 사용자층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공공사업이다. 녹색당 창당 같은 것 말이다. 여의도로 출근하는 진짜 정치 세력이 될 수도, 혹은 민주적 풀뿌리 대중조직이 될 수도 있다. 횡령사건으로 추접하게 주저앉은 환경연합의 역할을 네이버가 대신하는 것도 꽤 괜찮다. 동영상과 사진 업로드를 이용한 고발 게시판, 환경 문제에 대한 토론장, 환경 관련 음악과 단편영화 모집 등 온라인 기능들을 적절히 이용한 뒤 압도적인 자본을 이용해 오프라인 녹색당을 창당하는 건 의외로 쉬운 일일 수도 있다. 독일 녹색당의 강령은 ‘미래는 녹색(Die Zukunft ist Grun)’이다. 이건 네이버 강령으로도 근사하다. 네이버 화면이야 언제나 녹색 아니던가.

김도훈(<씨네21> 기자)

3. 제안 ‘클럽’ 섹션 신설

네이버 같은 포털이 전국 라이브, 댄스 클럽의 네트워크를 만들어내면 어떨까? 물론 홍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클럽문화협회가 클럽 데이를 꾸리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고, 매거진 <블링>이 나 파티러브닷컴(www.partyluv.com)이 그에 대한 많은 정보를 담아내고 있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클럽에서 어떤 공연을 하는지 일목요연한 정보를 얻기란 꽤나 힘든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이런 열악한 제반 사항들은 클럽이 조금은 음성적인 공간으로 인식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클럽 문화는 대중문화의 인프라를 형성하는 아주 중요한 카테고리다. 네이버와 같은 거대 포털 사이트가 영화, 뮤직 등의 범주와 함께 ‘클럽’이란 섹션을 만들고, 그 속에 모든 클럽의 정보와 주말 파티 및 공연 일정을 한 페이지 안에 상세하게 담아낸다면 수많은 클러버 혹은 파티고어들로부터 뜨거운 지지를 받지 않을까? 또한 DJ라 불리는 이들이 대중음악의 어엿한 뮤지션이자 아티스트로 자리 잡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성인 인증’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이건 정말 필자가 네이버에 제안해서 실현해보고픈 아이템이기도 하다. 솔깃하면 연락 주기를.

이주영(클럽 컬처 매거진 <블링> 편집장)

4. 제안 백수 구제 프로젝트

무언가 사업을 시작하기엔 위험한 때일지도 모른다. 허나 큰 부담 없이도 성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기획들은 찾아보면 꽤 있다. 경제는 불황이고, 취업엔 빨간 불이 켜졌다. 능력은 있는데 자리가 없다. 젊은 세대들에게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도 거대 포털이 담당해야 하는 임무다. 1인 기업의 장을 만들어주는 건 어떨까. 잠시 타국의 아이디어를 얻자면, 애플에게서 찾을 수 있겠다. 발 빠르게 포털 자체적으로 모바일에서 구동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모바일 플랫폼을 공개하고 재기 발랄한 젊은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거다. 간단한 게임을 만들어 업로드하고 돈을 받고 다운로드하게 한다면, 재정적으로 그들의 숨통을 터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고, 이용자들에게도 다양성을 제공할 수 있겠다. 또한 잡지 콘텐츠처럼 1인 잡지를 업로드하도록 하는 방법도 있겠다. 물론 블로그보단 놀라운 충실도를 보여야 하며, 다운로드할 때마다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어릴 때부터 기획과 상상 그리고 글이 지닌 힘에 대한 책임 의식까지 훈련시킬 수 있는 방법이 아닐런지.

성범수(<아레나> 피처 에디터)

5. 제안 아티스트들의 공연 후기 서비스

네이버 메인 화면에 있는 ‘오늘의 뮤직’이나 ‘오늘의 책’처럼 ‘오늘의 공연’을 소개하라! 아니면 더도 덜도 아닌 딱 영화만이라도 소개해달라! 공연도 연출·출연·개막일 등을 서비스하라!는 주장을 구구절절 늘어놓고서는 진부함에 민망해 다 지웠다. 과연 네이버와 같은 포털 사이트에서 해야 할, 할 수 있는 게 뭘까?

그렇다면 ‘이동진의 영화 풍경’처럼 ‘OOO의 공연 풍경’을 마련하는 건 어떨까? 연간 수천 편이 상연되는 만큼 공연은 콘텐츠의 수도 확실하고, 내로라하는 배우나 음악가, 무용수들의 수도 많은 만큼 인터뷰이의 수도 확보된 상태 아닌가. 혹은 온라인의 한계를 벗어나서 대학로에 오프라인 극장을 설립하는 것은 어떨까? 네이버에서 지지하는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단지 글자로만, 동영상으로만 즐기는 게 아니라 오프라인 극장에서 보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또 어디 있으랴! 그럼으로써 네이버가 양산한 온라인 히키코모리들을 오프라인으로 불러낸다면, 이 또한 좋지 아니하겠는가!

김일송(공연 칼럼니스트)

6. 제안 시사 문제를 주제로 한 만화 카테고리

직업이 만화 기자다 보니 아무래도 포털 사이트에서도 웹툰 쪽을 많이 본다. 그런데 포털의 장점이긴 하지만 너무 자유스럽다 보니 원고료를 받는 작가나 예비 작가들의 도전작들이 너무나 개인적인 작품 위주다. 특정 주제를 가지고 예비 작가들의 도전을 받아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만화라는 예술이 단순히 개인의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현 시대에 맞게 어떤 방향성을 가질 수도 있음을 알려주는 미디어 역할을 포털 사이트가 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버락 오바마의 미국 대통령 당선에 대한 만화 관련 카테고리를 만들면서 찬성, 반대, 기대, 희망 등등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하라고 하면 다양한 만화가 탄생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 그냥 텍스트만 보고 토론하는 것보다 이해도가 높아져 토론의 깊이가 깊어질 것이란 생각이다. 왜냐고? 그게 바로 만화의 힘이니까….

김동주(서울문화사 소년만화팀 기자)

7. 제안 신예들의 습작 라이브러리 오픈

유명한 영화감독, CF 감독, 뮤지컬 제작자, 드라마 작가, 만화가, 작곡가 등 문화 관련 콘텐츠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습작이나 영화 미공개 영상, 콘티, 대본, 스케치 등등을 기부받아 라이브러리를 구축한다. 사실 그들이 멋진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십 번의 스케치와 콘티, 자료들이 필요하다. 그런 과정을 공개하는 건 어떨까? 새로운 영화감독과 작곡가 등을 배출하는 데 가장 좋은 밑거름이 아닐까? 언제나 새로운 자료에 목마른 한국 젊은이들에게 좋은 영감의 원천이 될 듯. 우리나라에선 그런 좋은 문화 자료를 구할 수 없는 게 아쉽다.

박영준(<20세기 소년> CF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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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성범수
illustration 장재훈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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