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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Lady

처음 있는 일이다. <아레나> 표지에 한국 여자 배우가 섰다. 새로 역사를 쓴 주인공은 신민아다. 그녀에게 영광이 돌아간 이유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거다. 이유 대신 ‘신민아’가 가득한 사진을 펼친다. 때론 말하지 않고 가만히 봐야 할 때가 있다.

UpdatedOn December 0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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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글뭉글한 느낌의 하늘색 퍼 코트 크리스찬 디올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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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던 중이었다. 벽에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신민아였다. 빈 소주잔을 들고 무언가 말하려 했다. 빈 소주잔은 기울어져 있었다. 따라달라고 말하지 않아도 몸이 반응할 각도였다. 가장 친근한 상품을 가장 멀리 있는 여배우가 들고 있었다. 포스터 속 신민아는 어떻게 보면 지금 신민아라는 배우를 설명하는 좋은 재료다. 그녀가 매력적이라는 건 알지만, 그녀가 왜 매력적인지 설명하는 건 어렵다. 건강한 몸이라고 뭉뚱그리기엔 그녀의 매력은 더 확고하고 대중적이다. 그 이유는 거리감 때문 아닐까. 같이 소주잔을 기울일 것처럼 ‘줌인’되다가 금세 가공된 배역 속으로 숨어버리는 포스터처럼. 그녀가 맡은 역할은 다소 극단적이다. 지극히 신비롭거나 다분히 쾌활하거나. <경주> 속 윤희와 <나의 사랑 나의 신부>의 미영 사이, 중간은 없다. 가까워졌다 싶으면 멀리 달아나고, 멀어져서 무감해지면 생글 웃으며 앞에 서 있다. 보통 이런 여자를 만나면, 남자는 운다. 매력에 취해 헤어 나오지 못한다. 능수능란한 거리감을, 신민아는 유지해왔다. 그녀의 거리감을 가늠하기 위해 인터뷰 장소로 향했다. 카메라를 사이에 둔 신민아는 여전히 몇 광년 떨어져 있었다. 반면 질문에 답하는 신민아는 의자를 바싹 당겨 앉았다. 급격한 거리감 때문에 아찔했다.
 

벌키한 느낌의 크림색 폭스 퍼 코트 펜디, 팥죽색 시스루 보디수트 월포드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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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색 롱 퍼 코트 크리스찬 디올, 살구색 시스루 보디수트 월포드, 멀티컬러 스틸레토 힐 스튜어트 와이츠먼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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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잡지 표지 모델로 섰다. ‘남성’ 잡지 표지에 선다는 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까?
패션 잡지의 화보나 표지를 많이 찍었지만 남성지만의 매력이 있다. 전에 하지 않은 콘셉트로 찍기도 했고, 남성들이 보는 잡지라는 어감만으로도 색다르게 느껴진다. 아무래도 여성스러움을 어필하는 부분이 있다. 그게 섹시든 순수든 그런 모습을 어필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매체가 아닐까? 오늘은 <아레나> 표지로 선 첫 번째 국내 여배우라는 의미도 있다.

오늘 촬영에서 포즈나 느낌을 전달할 때 남성지니까 좀 더 고민한 부분이 있나?
어느 정도 노출이 있었지만, 너무 드러나는 섹스 어필은 아니었으면 했다. 자연스러운 매력을 표현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했다. 포토그래퍼가 남자 분이어서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스스로 자신의 섹시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잘 안 보여줬지만 의외로 많다거나 없는 줄 알았는데 발견하거나.
글쎄… 내가 생각하는 판타지가 있다. 내가 아니라도 여자가 가진 판타지. 그런 섹시 판타지는 남자들이 바라보는 섹시 판타지와 좀 다른 거 같다. 난 약간 깡마르고 퇴폐적인 느낌이 섹시하다고 생각하는데, 남자들은 건강한 걸 좋아하더라.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내가 깡마르거나 퇴폐적인 이미지는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건강하게 표현되는 게 나와 맞지 않나, 생각한다.

그러니까 남자들이 좋아하는 섹시함이다.
그러네, 하하.

예쁘다는 소리를 안부 인사처럼 많이 듣잖나. 모든 사람이 칭찬할 때 본인이 느끼는 감정이 궁금하다. 칭찬을 들을 때 자신만 아는 단점이 더 떠오를 수도 있잖나?
여자들은 그런 생각을 하기 전에 일단 칭찬받으면 좋아한다, 하하. 그런 칭찬은 어느 때나 들어도 감사하다. 콤플렉스나 단점은 본인이 다 아는 거니까 계속 고민할 부분이고. 나도 예쁜 사람 보면 오, 예쁘다고 하니까 그냥 듣기 좋게 받아들인다. 그것조차도 난 아니야, 이렇게 받아들이면 인생이 되게 피곤해질 거 같다, 하하.

역시 여자는 무조건 칭찬하라는 말이 진리다. 뭐가 콤플렉스인가?
사실 많다. 많은데 말하면 그것만 보이고 볼 테니까, 하하. 내 단점은 스스로 잘 아니까 자꾸 생각하게 되는데, 되도록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노력해서 고칠 수 있는 게 아닌데 계속 꽂혀 있으면 정말 단점이 된다. 그런 것조차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요즘 특히.
 

깡총한 길이의 다홍색 퍼 코트 크리스찬 디올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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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석의 마블링을 닮은 패턴이 들어간 에메랄드색 퍼 코트 크리스찬 디올 제품.

대리석의 마블링을 닮은 패턴이 들어간 에메랄드색 퍼 코트 크리스찬 디올 제품.

대리석의 마블링을 닮은 패턴이 들어간 에메랄드색 퍼 코트 크리스찬 디올 제품.

왜 요즘 특히?
그냥 요즘 생각이 많아진다. 작품 전이라 아무래도 예민해진 것일 수도 있고.

그러고 보니 이번 드라마 <오 마이 비너스>에서 맡은 배역이 콤플렉스와도 연관 있다. 매력 있는 여자가 매력을 뺏긴 공포!
아마 그게 이 드라마의 매력이 될 거 같다. 과거에 매우 젊고 예뻤던 아이가 변호사가 되기 위해 외모를 포기한 상황. 근데 여자들은 외모 변화를, 꼭 뚱뚱해지지 않더라도 한 번쯤 누구나 고민하게 된다. 그런 감정을 연기로 표현하는 재미가 있을 거 같았다. 그걸 어떻게 잘 표현하느냐가 이 드라마의 매력일 테고. 그래서 부담감이 조금 있다.

작품 들어가기 전에는 예민해져서 영향 많이 받는 편인가?
작품 할 때마다 다른데 이번 작품은 욕심나서 그런지 걱정도, 고민도 조금 더 많다. 결과적으로 이런 고민이 좋게 작용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맡은 역할이 지극히 경쾌하거나 지극히 신비롭거나 두 가지 면으로 나뉜다. 출연한 영화 성격도 좀 그렇고. 어떻게 보면 대척점에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걸 즐기는 건가?
딱히 어떤 캐릭터나 취향이 있기보다 캐릭터와 작품이 어울리는, 나와 어울리는 게 중요하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톤이나 무드는 있다. 그런데 배우이기 때문에 그런 걸 고집하면 오히려 안 좋은 것 같다. 영화가 가진 것들에 배우가 들어가야 한다는 걸, 요즘 느낀다. 어느 영화에서나 똑같이 드러나는 게 좋을 수도 있겠지만 묻어 있는 것? 그게 내겐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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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한 느낌의 갈색 퍼 코트 21드페이, 살색 보디수트 메종 마르지엘라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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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생각을 많이 하나 보다.
요즘 생각이 너무 많아서. 하하. 오랜만에 드라마를 하는 거고, 극본을 무척 재미있게 읽어서 대중도 똑같이 느꼈으면 좋겠는데, 혹시 그런 느낌이 덜 표현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 책임감이 달라진 거 같다. 예전에는 그냥 찍었다면 요즘엔 내 것, 내 드라마니까 잘됐으면 좋겠다고 많이 생각한다. 많은 사람의 기대도 있고. 그런 책임감 때문에 스스로 괴롭히는 시간인 거 같다.

<경주> 속 모습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신비로운 느낌이랄까? 혼자 있을 때 그럴 거 같다.
장률 감독님이 굉장히 템포가 느리다. 카메라를 놓고 그냥 찍는 스타일이다. 사실 난 성격은 급한데 말은 되게 느리게 하고 행동도 빠르지 않다. 그런 점에서 편했다. 조용한 정적과 그 속에서 인물이 차를 따르고 천천히 말하는 그 감성이 내 인생의 리듬이나 템포와 비슷하다. 아마 그래서 사람들이 그 모습을 조금 다르게, 매력적으로 본 거 같다. 나도 그게 편했다.

<경주>에 출연했다는 걸 알고 조금 놀랐다. 장률 감독 영화를 통해 분명 뭔가 얻어가겠다는 목적이 있었을 거 같더라. 무척 궁금했다.
대중이 보는 내 이미지는 어쩌면 내가 아닐 수도, 정말 나일 수도 있다. 어릴 때부터 워낙 일을 많이 해서, 너무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줘 나조차도 헷갈릴 때가 있다. 장률 감독님 영화에 담긴 공백 속 슬픔이 뭘까 궁금했다. 그냥 끌렸다. 매력적이었고. 그걸 좋아했기 때문에 그 속에서 내가 다른 모습으로 보일 거 같은 기대감이 있었다.
 

궁극의 촉감을 선사하는 갈색 퍼 코트 21드페이, 살구색 보디수트 메종 마르지엘라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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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한 지 10여 년이 지났다.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뭐가 있을까?
예전에는 잃은 게 더 많다고 생각했다. 사적인 부분이 없었으니까. 지금은 얻은 게 더 많다고 생각한다. 일단 돈도 많이 벌었고,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났다. 현장에 가보면 작품을 바라보며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돈이 아니라 관계로 맺어진 작품 속에 함께한다는 느낌이 끈끈하고 좋다.

먼 훗날 대중이 신민아라는 배우를 어떤 모습으로 기억했으면 좋겠나. 이 질문은 희망이 아니라 방향성에 대한 물음이다.
글쎄… 많은 여배우가 있다. 어릴 때는, 예를 들면 오드리 헵번 같은 대명사 격 여배우처럼 되길 바랐다. 이제는 좋은 사람? 대중도 대중이지만 함께 일한 사람들이 좋은 배우라고 생각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게 지금 내겐 행복의 가치다. 내가 행복해야 잘 사는 삶이잖나. 지금 생각은 그렇다. 또 바뀔 수도 있겠지만.

맞다. 이런 방향성 문제는 질문 받는 시기에 따라 달라진다. 20대 초반에 이 질문을 받았다면 분명히 다른 이야기를 했을 거다.
30대가 되고 나서 20대를 잘 살았다고 생각하는데, 앞으로도 잘 살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이 든다. 내 본연의 모습을 고민하는 시점이다. 내가 진짜 잘 살 수 있을까? 30대는, 40대는 어떤 인생을 살아갈까? 어떻게 보면 죽음을 고민하는 것처럼 막연한 고민일 수 있는데, 요즘 난 이 고민이 제일 크다. 이번 드라마도 지금 생각하는 고민과 통하는 부분이 있다. 외모의 변화, 결혼 시점….

내적인 부분을 자꾸 생각하는 시기인가 보다. 확실히 30대가 되었으니까.
난 똑같다고 생각하는데 사회가 그렇게 만드는 것 같다. 여자 나이 30대라는 의미 같은 게 통용되기 때문에. 적절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어떤 30대를 보내느냐에 따라서 좋은 여자, 멋있는 여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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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CREDIT INFO

Feature Editor 김종훈
Fashion Editor 이광훈
PHOTOGRAPHY 홍장현
STYLIST 강윤주
Hair 임철우
Make-up 최시노

2015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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