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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인 야구 입문기

야구를 시작했다. 생명 연장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조용한 도전을 시작한 거다. 그런데 이젠 야구선수처럼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건강 적신호가 청신호로 바뀌는 순간이다. 사회인 야구의 은공이다. <br><br>[2006년 10월호]

UpdatedOn September 19, 2006

Photography 기성율 ILLUSTRATION 장재훈 Editor 성범수

말그대로 청운의 꿈을 안고 조기 축구회의 일원이 됐다. 첫 경기에서 10분을 뛰지 못하고 사경을 헤맸다. 내 두 발로 축구장 밖까지 걸어 나오긴 했지만. 선수 교체를 외친 감독의 결단이 나를 살렸던 거다. 숨이 턱까지 올라왔다. 절체절명의 상황, 구토도 났다. 허벅지 근육은 뭉쳐 걷기도 힘들었다. ‘단내가 난다’라는 게 어떤 뜻인지 드디어 알아냈다. 그리고 온몸에서 비 같은 땀이 내렸다. 결국 몸을 추스르고 30분 후 집으로 향했다. 쉬고 나면 다시 뛰라고 할까 봐 겁먹고 도망간 거였다. 물론 집으로 돌아가선 힘든 걸 내색하지 않았다. 체력 저하란 걸 알아챈 아내가 날 홀대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 때문이었다. 남자는 힘이 있어야 한다. 결단을 내려야 했다. 결국 운동을 시작했다.
거금을 들여 피트니스 클럽에 등록했다. 내가 평생 회원권을 샀다는 말에 주변 사람들이 코 웃음을 쳤다. 몇 번 가겠냐며 주변에서 날 자극했다. 나도 나를 믿지 못하는데 그들은 더 나를 믿지 못했다. 그리고 두 달 동안 운동하러 열 번도 가지 않았다는 걸 알아냈다. 그들의 예상이 들어맞았던 거다. 날 무시했던 그들의 자극에 난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나 보다.
시간 참 빠르다. 이렇게 살다 보면 나이 마흔, 8년 뒤에 난 뒷목 잡고 쓰러질지도 모른다. 그건 미래에 대한 불확실한 두려움이 아니다. 초음파 검사 결과 간에 백설기처럼 꽉 들어찬 뽀얀 과다 지방이 확인됐고, 콜레스테롤이 충만한 뚱뚱한 피가 혈관을 타고 돌아다닌다는 걸 검사를 통해 알아냈다. 거기에 복부 비만은 미래의 내 건강 상태를 오차 없이 예측하게 했다. 지금 내겐 제대로 된 운동을 위한 ‘엔트리 스포츠’가 필요했다. 지겹고 고통이 수반되는 운동이 아닌, 무리하지 않고 즐길 수 있으며 내 몸과 맞아떨어지는 운동을 찾아야 했다. 그건 야구밖에 없었다.

내가 야구에 확신을 가진 건 꽤 오래전부터 야구를 하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초기 비용이 많이 든다는 걱정이 나를 주춤거리게 했지만, 더 이상 미룰 순 없었다. 기회도 좋았다. 아는 사람이 있는 팀에 스카우트(?)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그들은 내 몸을 보고 모두 반겼다. 내 몸은 두산 베어스 김동주의 몸, 거포의 그것이었으니까. 가입비 10만원과 월회비 5만원을 투자했다. 큰돈은 필요 없었다. 모든 장비는 빌려서 쓰면 되니까. 첫 번째 시합에선 3루 땅볼로 물러났다. 내 생각엔 강습타구였는데 수비가 좋았다. 두 번째 시합 출장에선 7번 타자를 쳤다. 난 4타수 2안타라는 극강의 5할 타율을 기록했다. 모두 좌중월을 가른 깨끗한 안타였다. 조기 축구회에서 홀대 받던 후보 선수가 사회인 야구의 강타자로 거듭난 거다. 내 큰 몸 어딘가에 숨어 있던 강타자의 혼을 드디어 찾아냈다.
사실 야구는 다이어트를 위한 운동은 아니다. 배 나온 사람이 선수로 뛸 수 있는 운동은 야구와 골프 정도밖에 없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몸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만큼 운동 효과가 높은 운동은 아니라는 거다. 36세 나이에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최향남 선수처럼 도전적으로 야구를 할 것도 아니었다. 그럼 도대체 무슨 운동이 되겠냐고? 야구를 시작하면서 걱정했던 게 이런 거였다. 새벽에 뻔질나게 남양주나 퇴계원으로 운동을 다니지만 정작 다이어트나 생명 연장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말이다. 내겐 진정 운동이 필요했다. 특히 야구를 못하면 못할수록 뛸 일이 더 없어진다. 삼구 삼진을 당하면 배트만 휘두르다 덕아웃으로 물러나면 되니까. 그리고 출전 기회도 계속 줄어들게 될 거다. 배트보이를 하기엔 난 이미 귀엽지 않다.

욕심이 생겼다. 내친김에 주전 자리를 꿰차고 싶었던 거다. 그리고 전에 없이 헬스클럽을 출입하기 시작했다. 이건 순전히 야구 때문이었다. 홈런도 치고 싶고, 느려진 주력도 초등학교 때 계주 대표로 달리던 그 시절로 돌려놓고 싶었다. 문제는 어떻게 운동을 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거다. 이광권 해설위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제대로 된 타격을 하기 위해선 너무 많은 것이 필요하지만 아마추어는 다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운동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야구는 일상에서 사용하는 근육과는 반대되는 근육을 사용한다. 어려서부터 야구를 하지 않았던 사람은 야구를 위한 근육이 완성돼 있지 않다. 잘못하면 인대에 손상을 입을 수도 있다. 타자를 잘하기 위해서는 안에서 밖으로 밀어내는 근육운동을 많이 해줘야 한다. 달리고, 던지고, 배트를 휘두르는 것 모두 큰 근육을 사용하는 거다. 스쿼트, 벤치 프레스같이 근육을 늘리는 운동이 그래서 좋다. 여러 운동 중에서 기본이 되는 운동을 꼽으라면 복근 운동이다. 타자에겐 허리와 하체가 중요하다. 복근 운동을 하면 하체와 허리가 자동으로 단련된다. 타격을 할 때 하체가 안정돼야 시선이 흔들리지 않아 배트 중심에 공을 맞힐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복근 운동은 꾸준히 해줘야 했다.
고백하건대, 난 투수가 최종 목표다. 사이드암으로 곧잘 던진다. 고교 시절 7이닝 3실점을 기록한 적이 있으니까. 물론 동네 야구였지만 완벽한 퀄리티 스타트였다. 7이닝을 던지고 일주일 동안 어깨와 등이 아파 고생하던 기억이 났다. 현대 유니콘스의 김시진 투수 코치에게 조언을 구했다. 나도 장원삼, 손승락 같은 선수 대열에 끼고 싶었나 보다. 투수의 가장 큰 문제는 팔의 부상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운동하고 그런 건 다 좋다. 하지만 팔의 부상이 오면 투수는 더 이상 할 수 없다. 볼을 던지는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팔을 스트레칭하는 방법을 미리 아는 게 중요하다고 김시진 코치는 말한다. 간단한 운동으로 가위, 바위, 보를 할 때처럼 깍지를 끼고 뒤로 뒤집어 스트레칭을 해주거나 고무를 이용해 튜빙을 해주는 게 좋다. 20분 정도 스트레칭을 하고 공을 던지면, 다음날 통증이 한결 나을 거다. 투수에겐 달리기도 중요하다. 짧은 구간 달리기는 순발력을 키워준다. 다리가 빨라지면 팔도 빨라지고, 공의 스피드도 빨라진다. 긴 러닝은 한 게임을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을 길러준다. 9회를 던지기 위해서는 지구력이 필요할 테니까. 몸이 다 풀린 상태에서 35m를 7회 정도 달려주는 운동을 꾸준히 해주면 도움이 될 거다.

웨이트 트레이닝 전문가 더블 에이치 멀티 짐의 양덕일 매니저는 투수의 어깨를 위해서 덤벨 숄더 프레스를 추천했다. 너무 무거운 중량으로 운동을 하면 어깨 관절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몸에 맞는 덤벨을 사용하라고 일러줬다. 그리고 투수에게 중요한 ‘팔을 위한 운동’은 딥스라고 했다. 아저씨들이 주로 하는 평행봉 운동으로 평행봉에 선 채로 팔을 구부렸다 폈다 하는 운동이다. 이때 상체를 똑바로 세우고 두 팔꿈치를 옆구리 가까이 붙인 상태가 삼두근의 효과를 최대화시킬 수 있는 자세라고 말한다. 강타자가 되기 위한 허리 운동은 바벨을 들어 올리는 데드 리프트를 하면 좋다. 허리 힘만으로 들어 올리는 것이 아니고 하체 힘으로 들어 올릴 것을 명심하고, 절대 등과 허리는 구부리지 말아야 한다. 세 명의 전문가들의 말은 내게 강령이 됐다. 야구를 하는 데 필요한 운동이라면 닥치는 대로 하고 싶었다. 몸을 만드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야구 덕에 완성되고 있었던 거다. 그리고 운동의 성공은 매주 토요일 야구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타격이 저조하다. 운동을 하고 있다는 자만심 때문에 몸에 힘이 들어가서인지 헛스윙 삼진을 세 번이나 당했다. 나를 위로하는 유일한 말은 ‘홈런 타자일수록 삼진이 많다’는 거다(홈런은 아직 단 한 개도 기록하지 못했다).
프로야구 선수 중 공의 스피드가 가장 빠른 사람이 어깨 근력이나 팔꿈치 근력은 엇비슷했지만, 복근 근력이 월등했다는 결과가 있었다. 풍만히 나온 배에 근육을 만들기 위해 윗몸 일으키기도 하고 있다. 아직 둥근 모습 그대로지만 차츰 자리를 잡아갈 것 같다. 야구는 포기하지 않을 거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감사용 선수나 일본 사회인 야구 신일본제철에서 몸담았던 노모 히데오처럼 프로로 전향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야구는 내 인생의 전부며 그 외에 내가 선택할 건 아무것도 없다”고 말한 노모 히데오와 같은 생각을 지켜나갈 뿐이다. 야구를 통해 내 건강을 되찾고 홀대 받았던 축구장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강해진 다리 근육과 지치지 않는 체력이 내게 용기가 돼주려 한다. 난 지치지 않는 반포 한강 둔치의 신형 엔진으로 축구장을 누빌 계획이다. 물론 야구도 계속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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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y 기성율
ILLUSTRATION 장재훈
Editor 성범수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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