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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선화

한선화는 봄처럼 웃었다. 그녀가 하얗게 웃으면 내 안에서 꽃이 피었다.

UpdatedOn April 13, 2015

검은색 시스루 트렌치 코트는 아르마니 꼴레지오니 제품.

한선화에 대한 이미지가 바뀐 건 드라마를 시작하고 나서부터였다.
<연애 말고 결혼> 출연할 때는 힘들었다. 내 분위기를 제거한 뒤 캐릭터를 표현하고, 보여준다는 게 어려웠다. 감독님도 그런 표현에 대해 많은 주문을 했다. 달라졌다고 봐주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다행이다.

이전에는 생기 넘치는 이미지였다.
밝고 강했다. 전형적인 아이돌처럼 귀여웠다. 물론 지금도 아이돌이지만.

그 귀여운 모습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
하하. 늙었다는 건가? 성숙하는 과정이 어색할 때도 있지만 난 지금이 더 좋다. 난 선천적으로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다. 하지만 성숙해지면서 어두운 면과 밝은 면이 공존하는 것 같다. 그 사이에서 혼란스러울 때도 있지만, 더 이상 예전처럼 마냥 귀여워서는 안 된다. 못한다. 의식적으로 자제하는 것도 아닌데, 예전 내 모습이 남의 옷 같다. 이게 나이 들고, 경험이 쌓이며 달라지는 진짜 내 모습인 것 같다. 현재의 모습이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나라고 생각했던 모습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사라질 때, 상실감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억울하고 서운하겠지.
맞다. 인정하지 못하고, 집착할 때는 슬펐다. 하지만 성숙해져야 상처를 덜 받고, 날 지킬 벽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슬프지만은 않다. 반드시 겪어야 하는 성장통이고, 누구나 겪는 과정이다. 제일 중요하고 어려운 것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나 자신을 지키는 것인데, 힘들더라.

변하는 모습을 주변 사람들도 아쉬워할까?
팬이나 친구들, 가족은 말 못해도 슬퍼할 것 같다. 근데 부모님이라면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계시지 않을까?

남의 성장기는 희극인데, 자신의 성장기는 비극인 것 같다. 한선화가 변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굉장히 많았다. 사람들에게서 상처를 많이 받으면서 조금씩 바뀌어온 것 같다. 힘든 시기에 드라마를 만났다.

그게 <연애 말고 결혼>인가?
아니, <신의 선물>이다. 힘든 일을 겪으면 대본을 보면서 풀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좋았다. 대본에만 빠져들고, 산만하지 않았다. 그 시간이 내게는 약이었다.

연기 연습으로 스트레스를 풀었다는 건가? 맞다. 우울하고, 외로울 때, 상처 받았을 때 날 힘들게 한 사람들 앞에 짠하고 나타나줄 테다, 이런 마음이었다. 대본이 내게 희망을 줬다. 그때부터 혼자 있는 시간이 좋아졌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기 시작하면 어른이 된 것이다.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즐겼나? 잠을 엄청 잔다. 드라마 보고 요리도 한다. 산책을 좋아해서 집 뒤의 남산에도 오른다. 그리고 서점도 나들이 가듯 간다.

우울한 감정은 사람을 더 창의적으로 만드는 것 같다.
그런 감정이 연기에 많은 도움이 됐다. 감성적인 부분이 없다면 연기할 때 대사만 외쳤을지 모른다. 다행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밝은 부분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줬지만, 감성적이고 어두운 부분을 보여줄 기회는 연기였던 것 같다.

브이넥 니트 슬리브리스는 아메리칸 어패럴 제품.

우리는 모두 입체적인데, 대중은 단면만 보고 판단한다.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판단받는 사람들은 동의할 수 없다.
예전에 내가 서점 간다고 하면 사람들이 안 믿었다. 내가 산만해 보였으니까. 그래서 작가 이름을 말하고, 책 이름까지 알려줘도 못 믿었다. 연기를 시작한 뒤로 호평받고 나니까, 사람들이 내게 이런 면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줬다.

대중은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맞다. 그래서 나 어떤가? 만만해 보이나?

만만한가?
나 정말 만만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좋아한 것 같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사랑받을 때 나의 만만함은 한 수였던 것 같다. 그 모습이 진짜 내 모습이거든, 백치미는 인위적으로 만든 것도 있지만.

그래서 좋아하는 작가는 누구였나?
이병률과 김석원의 산문집을 좋아한다. 그들의에세이를 읽으면, 같은 곳을 보는데 다른 측면을발견해낸다. 그런 점이 좋다. 한창 힘들었을 때 그 책을 읽고, 장문의 팬레터를 써서 보내려고 했다. 다 써놓고 보니 부끄러워서 보내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나는 산문집이 좋다. 위로를 받고, 감성적으로 공감할 수 있어서 좋다. 기회가 되면 산문집을 써보고 싶다.

따뜻한 글은 언제나 좋다. 절대 SNS에 먼저 쓰지만 않으면 된다.
아, 절대! SNS는 안 한다. 잘 못하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서 보면 후회되는 글은 안 남기는 게 좋다. 그래서 SNS보다는 메모장에 글을 쓴다. 비 오는 날 이어폰을 귀에 꽂고 산책할 때, 하하. 너무 오글거리나?

그런 날 감성 터진다.
등산할 때도 정상에 올라 메모장을 연다. 하하. 전에 사용하던 휴대폰에메모들을 모아놨는데, 어느 날 그걸 찾아보니까 너무 손발이 오그라들더라. 시간이 지나서 보면 그때는 이런 고민을 했구나 싶고, 공감이 안 되는 글들도 많다. 그런 순간마다 작가들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다음 날 부끄러워하는 게 그만큼 더 성장했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책을 많이 읽는 편인가?
예전에는 정말 많이 읽었다. 시간도 많았으니까. 요즘에는 오직 대본만 본다.

대본도 재미있을 것 같다. 직접 연기하니 몰입도 잘될 테고.
재밌지만 반복해서 읽어야 하니 힘들 때가 많다. <장미빛 연인들>이 50부작인데, 슬럼프가 몇 번 온다. 현장에서 내가 이해를 못하거나, 제대로 못 보여줘서 좌절하는 날이 있다. 반복되는 작업들이 지겨워서 네 번 보던 대본을 세 번 보거나, 한 번 보고 그러면 감정이입의 질과 양이 줄어든다. 티가 난다. 그래서 다시 대본을 여러번 보고 또 열심히 한다. 일을 하다 보면 몇 번의슬럼프가 생긴다. 얼마 전에도 그랬다. 그럴 때는 내가 연기했던 드라마를 다시 보면서 마음을 다잡는다. 호흡이 긴 작품이라 힘들다.

소매 부분에 포인트가 있는 브이넥 카디건은
럭키슈에뜨 제품.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너리즘에 빠지면 나태해진다. 흥미가 줄면 그에 비례해서 집중력도 떨어진다. 하지만 일이니까 책임감을 갖고 집중한다.
일에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또 연기가 재미있기 때문에 슬럼프를 겪어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 나 자신을 내려놓고, 여유를 가지면 다시 흥미를 느끼게 된다. 그 일이 궁금해진다. 아이디어도 더 많이 떠오른다. 그럴 때 다시 대본을 잡는다.

한선화의 연기자 변신은 조금 느닷없었다.
갑작스레 벌어진 일이라 신기했다. 운 좋게 오디션 기회를 얻었다. <광고천재 이태백>의 이소란이라는 역할이 처음이었다. 연기는 늘 해보고 싶었다. 열정을 가지게 된 것은 <신의 선물>부터였다.

<신의 선물>에서 엄청난 재미를 발견한 건가?
재미있는 캐릭터였다. 내가 한참을 발버둥쳐야겨우 쫓아갈 수 있는 캐릭터였다. 힘든 점이 더 많았다. 그만큼 신경도 많이 써야 했고.

<장미빛 연인들>의 백장미는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았을 것 같다. 특히 엄마 역할 말이다.
그것 때문에 엄마 속을 엄청 썩였다. 내가 딸인 초롱이를 보고 울어야 하는데, 눈물이 안 나는 거다. 그래서 엄마를 생각하며 엄마 역할에 접근했었다. 엄마도 일찍 결혼해서 나를 낳고, 꽃다운 나이를 즐기지 못했다. 엄마의 경험담을 듣고, 연기를 하는데 그래도 눈물이 안 나오더라. 너무 어려운 신을 찍을 때는 엄마한테 힘들었던 시절의 사연 좀 보내달라고 했다. 내가 너무 잔인한 딸이지. 엄마가 장문의 카톡을 보내줬다. 한편으로는 도움이 되었다. 내가 연습생 시절과 시크릿으로 바쁠 때 엄마가 가끔씩 부산에서 올라왔다. 내가 명절에 못 내려가면 엄마가 편지를 주고 갔다. 다 모아두고 있는데, 그걸 꺼내보고 ‘엄마의 마음은 이런 거구나’ 느끼면서 또 운다. <장미빛 연인들>에서 초롱이를 보고 울어야 하는데, 이 아이를 내 딸이라고 느껴야 되니까. 엄마로 빙의해서 우는 연기도 했다. 엄마의 마음으로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물론 지금도 힘들고 어려운 신들이 많다. 감정이입이안 될 때도 많아서 엄마 생각하며 연기하고 있다.

다른 시크릿 멤버들은 꾸준히 솔로 앨범을 발표하고 있다. 솔로 앨범이나 시크릿 활동은 언제쯤 할 건가?
무대에서 다른 멤버들보다 실력이 부족하다. 기회가 되면 효성 언니처럼 혼자 춤을 춰보고 싶다. 물론 분위기나 콘셉트가 겹치지는 않겠지만, 매우 트렌디한 무대를 해보고 싶다. 내가 무대에서 소극적인 편은 아니거든, 잘 표현할 수 있는 콘셉트가 있다면 좋을 것 같다.

흰색 셔츠 드레스는 H&M 제품.

예전 시크릿 숙소가 생각난다. <청춘불패>에 잠깐 나오지 않았나?
아, 그 반지하방. 그곳에 추억이 많다. 정말 숙소에서 쉬어본적은 거의 없고, 씻고 잠자느라 바빴다. <청춘불패>를 1박 2일간 촬영하고, 엄청 피곤한 상태로 오후에 집에 들어갔었다. 멤버들은 연습하러 갔고, 나 혼자였다. 침대방과 옷방 두 개가 있었다. 옷방은 왕자 행어가 ‘ㄷ’자 모양으로 설치되어 있었다. 옷방 불을 켜보니 행어가 전부 무너져 있었다. 혼자 그 행어 다시 세우고, 옷들 정리하고 정말 힘들었다. 절규했다. 그래도 그런 시간을 보냈으니 지금이 있는 거겠지.

<장미빛 연인들> 이후의 계획은 세웠나?
아직 모르겠다. 그냥 열심히 해야겠지? 지금까지는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한 것 같다. 찝찝한 건 못 참는 성격이라 대강대강 일 못하거든. 피곤한 타입이다.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일들이 이어지지 않을까?

남자친구가 피곤해하겠다.
하하. 남자친구는 없다. 연애 안 한 지 엄청 오래 됐다. 마지막은 자아가 발달되기도 전이었다. 여자가 할 말 다 하고, 쾌활하면 피곤한가?

남자들은 여자친구와 안 싸우려고 한다. 여자친구를 이길 수 없으니까.
남자들은 지는 게 싫어서가 아니라, 귀찮아서 그 순간을 빨리 모면하려고 싸움을 피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러면 안 된다. 남자들은 화가 나고, 속이 타는데 왜 얘길 안 하나?

남자 입장에서는 화낼 일이 아니고, 공감도 못하거든, 상상조차 못한 일을 가지고 싸울 때가 많으니까. 어떤 여자들은 가끔 이런 말을 한다. “오빠 왜 그래?” 그렇게 싸움이 시작된다.
음, 나는 화나면 왜 화났는지 조목조목 다 말할 것 같다.

어떤 스타일의 남자를 싫어하나?
소심한 사람. 물론 나도 소심할 때는 있지만, 가급적이면 불만은 말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소심한 남자에게 내가 화난 이유와 불만을 이야기하면, 나 혼자만 나쁜 사람이 된다. 서로불만을 터놓고 이야기하다 보면 해답을 찾을 수 있을 텐데, 나는 대화를 하고 싶은데, 소심한 사람은 혼자서 생각한다. 소통을 안 한다.

연애 많이 해본 것 같다.
하하. 아니다. 나는 인간관계도 소극적인 사람과는 조금 불편하다.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것 같고, 불편한 마음이 생긴다.

대화를 시작할 때는 배우 한선화가 보였는데, 지금은 예능인 한선화가 보인다.
하하. 이야기를 오래 하면 이렇게 알아봐주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둥근 사람은 아니다. 모난 부분도 있고, 다양한 모습이 있다. 그런 점을 알아봐주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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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조진혁
Photography 김태선
Stylist 이준미
Hair 이재황(에이바이봄)
Make-up 이영

2015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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