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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의 꿈

아이언은 <쇼 미 더 머니 3>의 준우승자다.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이지만 그는 살아남았다. 아마도 그가 방송에서 보인 성장 덕분일 게다. 누구보다 확연히 단단해진 그의 모습에 누구라도 관심이 쏠렸을 테니까. 담금질을 거친 아이언이 이제 날카로움을 뽐낸다.

UpdatedOn January 02, 2015

코트·니트 카디건·팬츠는 모두 돌체&가바나, 터틀넥 니트와 슈즈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꾸벅, 인사했다. 머쓱한 표정으로 한 청년이 다가왔다. 단번에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가 <쇼 미 더 머니 3>의 무대에서 공격적으로 랩을 뱉어대던 아이언일 줄이야. 무대 아래에서 아이언은 작아 보였다. 그가 키가 작다는 뜻이 아니다. 그만큼 무대에서 그가 내뿜은 존재감이 크다는 반증이다. 그 앞에서 이질적인 두 모습을 잘 섞어야 했다. 둘 다 아이언인 건 맞으니까. 그도 에디터처럼 이질적인 모습과 맞닥뜨렸다. <쇼 미 더 머니 3>에서였다. 욕심 없이 참가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욕심 부릴 상황에 처했다. 그 사이 자신의 또 다른 모습도 대면했다. 개구쟁이 같은 자신에게 델 듯한 뜨거움을 발견했다. 델까 걱정하지 않고 꿀꺽, 삼켜버리는 용기도 발휘했다. 신기한 영단이라도 먹은 듯, 그 사이 아이언은 성장했다.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건 즐거운 일이다. 성장하는 본인이든, 그걸 바라보는 다른 사람이든. 해서 <쇼 미 더 머니 3>의 인기는 그에게 부채가 있다. 빚을 갚는 마음으로 질문하는데, 아이언은 이미 받을 만큼 받았다고 답했다.

<쇼 미 더 머니 3> 다 봤다. 회를 거듭할수록 처음 헐렁한 모습에서 단단해지더라. 변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몸으로 배운 거라고 해야 할까. 하면서 알게 된, 모르던 내 부분을 알게 됐다. 단점이나 장점,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됐다.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다, 진짜. 출연하면서 나를 더 많이 알아갔다.

어떤 부분을 발견했나?
멋있는 거? 하하. 요새는 좀 그렇게 보이려고 하는데, 낯간지럽다. 난 재미있는 거 좋아하는 사람인데. 그래서 요즘엔 예전보다 낯을 많이 가리게 됐다. 원래는 사람들이 못 알아볼 때는 정말 씻지도 않고 돌아다녔다, 하하. 이렇게 23년을 살았는데 지금처럼 반 연예인 같은 시기를 겪다 보니까 낯설긴 하다. 방송에서도 너무 착하게 잡아줘서, 하하. 난 어떻게 보면 꼬질꼬질한 스타일인데 다른 모습으로 비치니 사람들과 오히려 눈을 못 마주치겠더라, 하하.

아, 오히려.
예전엔 지나가는 사람들을 막 구경하며 다녔는데, 요새는 오 아이언이다, 이러면서 사람들이 알아보고 모이니까. 그렇게 둘러싸이면 약간 대인 기피 성향도 있어서, 쭈뼛거리며 인사만 하고 모면한다. 이런 건 바꿔가려고 한다.

재밌고 편한 거 좋아하는 사람이 각 잡으려면 부담스럽긴 하겠다.
‘독기’라는 곡을 많은 사람이 사랑해서 좋긴 한데 그 이미지가 강해져서 좀. 난 재미있고 개구쟁이 같은 걸 좋아한다. ‘독기’ 같은 경우엔 내가 보여줄 수 있는 무대 중 한 부분인데 너무 전체 이미지로 인식된 부분도 없잖아 있어서…. 요새는 그런 것들을 접하면서 어떤 게 맞고 어떤 게 아닌지 알아가는 단계 같다.

코트는 바톤 권오수, 와인색 터틀넥 니트는 빈폴 맨, 팬츠와 슈즈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결승까지 갔다. 이왕 서보니 욕심도 생겼을 듯하다.
원래 욕심 없이 참가했는데, 방송에선 욕심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하니까 그런 면을 강조하긴 했다. 방송 인터뷰에서 우승할 거예요! 이런 적도 있는데 사실 그렇게 큰 욕심은 없었다. 오히려 욕심 내면 부담도 많이 생길 거 같아서. 결승 때 우승해야 하니까 랩이 강조된, 힙합적인 곡을 준비했다. 그러다 너무 빤한 거 같더라.

이기는 무대, 그런 건 빤하더라.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더 맞지 않나 생각해서 급하게 곡을 아예 바꿨다. 그러다 보니까 가사도 못 외우고 많이 실수했지만, 후회는 없다. 결과가 어떻든 내가 하고 싶은 걸 했으니까. 그러면서 문제점을 깨닫고 피드백도 얻었다. 그래서 좋다.

방송보다 음원으로 들을 때 목소리 톤이 좋더라. 더 분명하고 기계음도 나는 거 같고.
어릴 때는 내 목소리를 별로 안 좋아했다. 낮은 음역, 높은 음역도 있어서 내 진짜 목소리 톤이 뭘까 했다. 그랬는데 그냥 이게 내 목소리더라. 지금은 내 목소리를 사람들이 좋아하니 축복받은 느낌이다.



시기가 좋다. 사람들이 힙합에 관심이 많아졌다. <쇼 미 더 머니> 시리즈로 대중적인 사랑도 받고.
신이 있는 것 같은? 예전에는 시련을 겪을 때 왜 나는 이럴까, 괴로워했는데 이제는 그것들이 내 음악에 담기고, 사람들이 무대를 보면서 감명 받는 걸 체감하면서 어떤 일이 있더라도 뜻이 있다는 느낌이 든다.

예전에는 탓할 수밖에 없는 상황만 있었을 테니까.
탓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정말 힘들 때, 한두 번 정도 그만두려고 생각하기도 했다. 여기서 그만두면 아무것도 아니니 갈 데까지 가보자 했는데, 잘 온 거 같다.

사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잠깐 관심을 끈 정도다. 계속 뭔가 해주지 않으면 쉽게 잊힌다.
아무래도 오디션 프로그램의 특성상 잠깐 반짝, 하는 것일 테다. 애초에 어느 정도 인지한 부분이라 굳이 스트레스를 받진 않는다. 잊히기 전에 뭔가 해야지 조급해하기보다 평소 해온 대로 가려 한다.

이제 곡으로 보여줄 때다. 잘 작업하고 있나?
아직 하고 있다. 장르적으로 잘하는 사람들과 함께 만들고 있다. 이제 진짜 내 거니까! 좋다. <쇼 미 더 머니 3> 경연 때는 짧은 시간에 곡을 만들고 무대를 연출해야 해서 완성도 면에서 좀….

경연할 때 스스로 부족한 부분이 보였나?
아쉬웠다. 하지만 지금은 천천히 편안하게 내 정체성이나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보여주고 싶다. 경연할 때는 완전한 내 모습이 아니어서 부족했다. 이제 진짜 아이언을 보여줄 수 있을 거 같다.

어떤 랩을 하고 싶나? ‘독기’나 ‘I Am’ 같은 자기 이야기가 처음에는 잘 통하긴 할 텐데.
‘독기’나 ‘I Am’ 같은 곡은 <쇼 미 더 머니 3>의 주제나 보여주기 위한 부분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사운드 측면에서 섬세함이 조금 아쉬웠다. 이번에는 편견 없이, 장르를 구분하지 않는 음악을 보여주고 싶다. 힙합 하는 사람은 랩만 해야 해, 이런 거 말고. 트랜스나 테크노 등 힙합을 기본으로 다른 장르를 녹여서 보여주고 싶다.

처음이니까 랩으로 끝장을 보겠다, 이런 게 더 잘 통하지 않나? 처음부터 다른 장르를 혼합하는 건 어렵다.
<쇼 미 더 머니>에서는 오디션 프로그램 특성상 공격적이고 스킬적인 랩을 해야 돋보이는 무대였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내가 잘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랩 기술로만 따지면, 씨잼이나 바비 같은 친구들이 더 잘한다고 생각한다. 난 스킬적인 랩이 아니라 음악을 하고 싶다. 음악적 완성도나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랩을 보여주기 위한 무기보다는 음악과 같이 움직이는 구성 요소로 추구하고 싶다. 이제 그런 걸 보여주고 싶다. 힙합을 하겠다고 했지만 어릴 때부터 힙합만 듣진 않았다. 장르 가리지 않고 다 좋아했다.

그렇다면 아이언에게 힙합의, 랩의 매력은 뭔가?
물론 내 뿌리는 힙합이다. 힙합은 솔직하고 당당해서 좋다. 한국이라는 문화 특성상 예의를 중요시하지 않나. 그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조금 가면 같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힙합의 자유분방함, 솔직함을 좋아한다.

어떤 래퍼가 되고 싶나? 이런 질문에 답이 있을까?
음… 퍼렐이나 안드레 3000 같은 래퍼는 힙합에 대한 편견을 깬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분들처럼 힙합 음악을 틀 안에 가두지 않고 편견을 부수며 많이 실험하는 래퍼가 되고 싶다. 이렇게 말하면 거창하지만 한국 힙합 음악 시장을 발전시키는 사람 중에 한 명이 되고 싶다. 그게 꿈이다.

거창하다. 먼저 성공과 돈을 거침없이 말할 줄 알았다.
어릴 때부터 사실 돈 욕심은 많이 없었다. 돈을 많이 준다고 해서 하는 것보다 정말 하고 싶은 걸 추구하는 편이다. 아직 한국에서 힙합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기엔 열악한 부분이 많으니까 잘해나가고 싶다.

<쇼 미 더 머니 3>에 출연하면서 공연도 많이 했다. 계속 공연하고 있다고도 들었다. 인기를 떠나 공연할 기회가 늘어난 건 큰 의미겠다.
방송이 아니었다면 진짜 아무도 나를 모를 테니까. 방송 무대는 처음이다 보니까 초반에는 많이 흥분하고 부족한 점도 많았다. 그래도 ‘독기’ 때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거 같아 다행이다. 솔직히 <쇼 미 더 머니 3>에 다시 올라가면 정말 더 잘할 자신 있다. <쇼 미 더 머니 3>가 끝난 후에 지금도 많이 공연하고 있는데, 계속 많이 늘고 있다. 지금은 여유롭게 즐길 수 있어 좋다. 다른 사람과 소통하면서 많이 얻고 있다.

공연하다 재미있는 일화는 없었나? 여러 상황이 갑자기 벌어지잖나.
공연에서 ‘독기’를 부르자 관객이 다 따라 부를 때 너무 좋았다. 다 같이! 하는데 다 불러주니까 너무 뿌듯했다. 물론 ‘독기’라는 곡이 내 곡은 아니지만, 그렇게 같이 즐길 수 있는 곡이 생겼다는 점이 좋았다. 그래서 요새 마지막에는 계속 다 같이~ 하하.

1년 후, 2년 후 아이언은 어떤 모습일까?
요새 그런 고민을 많이 했다. ‘독기’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까 이게 맞는 건지. 예전에는 1년 뒤에 어떻게 될까, 과연 이게 맞는 걸까 하고 비관적인 생각을 많이 했다. 자신을 못 믿었다. 나를 믿기 시작하면서 <쇼 미 더 머니 3>에 나갔다. 그래서 좋은 결과를 얻은 거 같고. 요새는 나를 더 믿으려고 한다. 결과는 항상 신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잘하면서 대중의 공감대도 맞출 수 있는 음악을 하다 보면 어떻게든 알아서 되겠지, 약간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다.

공연이 많이 잡혀 있나?
다음 달까지 좀 많이 잡혀 있더라. 처음에는 이렇게 공연을 많이 해야 하나? 이랬는데 하다 보니까 무대마다 다 다르고, 배우는 점도 많더라. 지금은 공연하는 게 가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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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김종훈
Photography 이상엽
Stylist 이진규
Hair 에녹
Make-up 이준성
Assistant 박예은

2014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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