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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클럽 본좌는 누구요?

음악과 춤으로 자유를 갈구하던 클러버들의 은신처가 홍대앞에서 청담동으로 대거 이동 중이다. 신기한 건 그들 클럽들이 다윗과 골리앗의 혈투가 아닌 평화로운 공존을 모색 중이라는 사실. 그건 그들 사이에 범접할 수 없는 분명한 간극이 있기 때문이다.<br><Br>[2008년 3월호]

UpdatedOn February 23, 2008

Words 이주영(클럽 컬처 매거진 <블링> 편집장) Editor 이현상 Photography 김지태

예의 대한민국의 청춘 남녀들은 주말 밤이면 꽃단장을 한다. 그런 그들이 모여드는 곳은 소위 ‘홍대’라 불리는 공간. 초저녁부터 삼삼오오 짝을 이룬 청년들은 술집에서 알코올을 섭취한다. 시간이 자정을 향해 치달으면 그들은 슬슬 언더그라운드로 입장을 시도한다. 일명 ‘문짱’이라 불리는 바운서들의 인도 아래 지하 계단을 내려서면 하우스, 일렉트로닉, 힙합 등 다양한 장르의 사운드가 아드레날린을 분출시킨다. 이렇게 홍대의 클럽 문화는 기성세대로부터 온갖 비아냥거림을 당하면서도 꿋꿋하게 우리네 청춘들의 해방구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2007년 즈음부터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홍대 클럽 기류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클럽이 결코 자리할 수 없을 것 같던, ‘강남’에 대형 클럽의 잇따른 오픈에서 기인했다. 우리네 인식에 강남은 ‘삐끼’들이 활개치는, 어여쁜 언니들은 공짜로 입장하고,
돈 많은 서방들은 그녀들과 즉석 만남을 행하는 나이트클럽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땅 덩어리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물 쓰듯 풀리던 강남의 돈들이 좀 더 자유로운 홍대로 빠져나가고 있음을 업주들은 눈치 챌 수밖에 없었다. 젊은이들은 언니, 오빠를 외치며 유행 가요를 틀어대는 판돌이를 원하지 않았다. 해외의 최신 음악 트렌드를 캐치해내며 사운드 믹스로 크리에이티브를 발휘하는 진짜 DJ의 플레이가 펼쳐지는 댄스클럽이야말로 젊은이들이 원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또 클럽은 소정의 입장료와 티켓에 부록처럼 따라오는 ‘원 프리 드링크’만으로도 멋진 사운드를 즐길 수 있고, 멋진 트렌드세터들과 교류할 수 있는 자유 공간이다. 더욱이 잘생기고, 예쁜 이들이 득실거리는데 욕정의 에너지를 주체할 수 없는 청춘들이 그곳을 마다할 리 없지 않겠나. 이제 강남은 나이트클럽이 아닌 댄스클럽, 그것도 대형 클럽 체제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장 먼저 대형 클럽의 포문을 연 곳은 청담동의 서클(Circle). 서클의 성공은 ‘강남 클럽 성공률 제로 퍼센트’의 불문율을 깨뜨린 최초의 사례. 이 성공에 힘입어 2007년 한 해 동안 한 달이 멀다 하고 강남권에선 대형 클럽의 오픈이 줄을 이었다.
물론 강남 대형 클럽은 여전히 홍대 클럽과는 궤를 달리하는 경향이 있다. 일단 강북과 강남의 물가 지표를 반영하듯 입장료와 술값이 비싸다. 작년 말 대형 클럽 앤서(The Answer)와 매스(mASS)가 오픈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강남 대형 클럽에 대한 인식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나이트클럽의 전성기부터 이어져오던 문화가 댄스클럽으로 전환한 이후에도 계속 잔존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클럽의 개장은 강남의 클럽 문화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일단 앤서는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등의 대형 공연에 일조했던 뷰레코드가 운영을 맡으면서 공연 문화와 클럽 문화 공존 체제로 많은 이들에게서 호응을 얻고 있다. 매스의 경우는 한국 클럽 문화 1세대라 불리는 홍대 대형 클럽 엠투(m2)의 세력들이 가세함으로써 멋진 파티를 기획해내는 클럽의 진정성을 확보해가고 있다.
이와 같은 공연 기획과 파티 문화의 교집합은 강남 대형 클럽들의 위상을 더욱 드높이고 있다. “요즘은 해외 유명 DJ 공연을 포함해 대부분 기획 행사들이 강남에서만 이루어지는 것 같아”란 말이 들려올 정도다. 이는 강남 대형 클럽들이 나이트클럽이 아닌 진정한 클럽으로 발전 가능성을 확보했음을 입증하는 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대와 압구정, 청담을 기반으로 한 강남 클럽들 사이엔 분명한 간극이 있다. 외부에선 일종의 밥그릇 싸움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는 떨쳐낼 수 없는 야릇한 강남의 소비 문화에서 비롯된다. 앤서의 운영진 중 어떤 이가 “저희도 이젠 잡지 광고를 명품지 쪽으로 돌려야 될 것 같아요. 클럽에 오는 손님들 대부분이 낮에는 럭셔리 매거진을 보니까요”라 말하는 것에서도 그 차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홍대 클럽을 드나들던 이들은 강남 클럽에 입장하려면 거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5천원으로 마시던 맥주 한 병을 대뜸 1만원에 들이키려면 말이다.
클럽 앤서의 레지던트 DJ로 활동 중인 DJ 곤은 이렇게 말한다. “분명 강남 대형 클럽은 여전히 나이트클럽 같은 분위기가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말 플로어를 가득 메운 1천5백 명에 달하는 클러버들 앞에서 멋진 음악을 들려주며 클럽 컬처를 형성해 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어쩌면 이는 홍대란 영역에서 싹을 틔우던 로컬 DJ들이 좀 더 많은, 아니 좀 더 새로운 관객과 조우할 수 있는 영역 확장의 기회로도 읽힐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클럽의 대형화는 기존에 형성되어 있던 소규모 클럽 신에 해악을 미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근심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모든 상황엔 장단점이 있기 마련. 클럽 엠투의 DJ 바람은 “소규모 클럽은 나름대로 자기만의 색채를 가진 파티를 기획해 고유의 장점을 살려나가고 있다”라며 숨을 돌린다. 홍대 소형 클럽의 선두 주자인 클럽 비아(Via)의 운영진 중 한 명이기도 한 DJ 쿠마는 이런 클럽 대형화에 대해 “대형 클럽의 활성화로 작은 클럽이 힘들어 보이긴 해요. 하지만 소형 클럽은 DJ와 클러버가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장점과 재미있는 파티를 기획해서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장점이 있어요”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잠재운다. 이렇게 클럽 대형화는 한국 클럽 컬처 신의 또 다른 전개를 예견하고 있다. 또 강남권에서 붐업되었던 대형 클럽의 연이은 개장 무드는 홍대에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홍대의 유일한 대형 클럽이었던 엠투보다 더 큰 클럽 블러(Blurr)가 오픈했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의 클럽 신은 춘추전국시대처럼 각축장이 되고 있다. 승자는 클러버를 유혹할 만한 멋진 음악으로 무장한 로컬 DJ, 각종 트렌드에 발맞춘 파티, 해외 뮤지션의 공연 등의 기획을 펼칠 수 있는 자가 될 것이다. 언제나 영원할 것 같던 홍대 클럽 신의 영역이 붕괴된 2007년. 대형화된 클럽으로 점차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강남권의 클럽들. 2008년은 한국 클럽 문화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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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클럽 컬처 매거진 <블링> 편집장)
Editor 이현상
Photography 김지태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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