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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성훈, 마지막 유도가

추성훈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었다. 그는 가끔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고, 가끔은 대답을 꺼렸다. 그건 추성훈과 아키야마 요시히로라는, 두 개의 이름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자의 숙명 때문이겠지만, 그는 국적이나 이름과는 상관없이 그저 좋은 유도 선수로 불리고 싶다고 했다.<br><br>[2008년 3월호]

UpdatedOn February 23, 2008

Photography 김도석 Editor 이기원

오후 1시 30분, 도쿄 시내에 위치한 야미코 호텔. 회전문을 뒤로하고 푸른색 스트라이프 수트에 행커치프까지 갖춘 추성훈이 몇 명의 일행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TV는 어떤 식으로건 사람의 모습을 왜곡시킨다. 수많은 격투가들 사이에서 왜소해 보였던 추성훈의 상체는 예상보다 훨씬 두툼했고, 눈빛은 위협적이었다. 불필요한 질문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겠다는 듯 입술을 앙다문 채 그는 다리를 넓게 벌리고 소파에 앉았다.
정면으로 마주 보고 앉은 순간, 나는 잠깐 그와 링 위에 서 있는 상상을 했다. 다리에 힘이 풀려 미동도 하지 못하는 내 모습이 떠올랐지만, 다행히 우리는 삼각팬티와 글러브 대신 수트 차림에 커피잔을 쥔 상태였다.
한번도 햇빛을 보지 못한 음지식물 같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나의 착각이거나 언론이 만들어낸 허상 같았다. 그는 음침하지도, 억눌려 있지도 않았다. 어쨌든 그는 글로벌 스포츠 기업의 CF를 찍기도 했고, 한국에도 그의 경기만은 꼭 챙겨 본다는 마니아들까지 거느리고 있는 스타가 아닌가.
추성훈 측 세 명의 참관인과 일본어 통역이 참석한 가운데 40분간 싱거운 질문과 대답만이 오가고 우리는 촬영 장소로 이동했다. 촬영 장소는 그가 웨이트 훈련을 한다는 작은 체육관. 그곳은 아직 사춘기도 벗어나지 못한 듯한 소년들이 샌드백을 치는 소리로 가득했다. 웃음기를 찾아보기 힘들었던 추성훈의 얼굴에 슬그머니 여유와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추성훈은 촬영 도중 틈날 때마다 가끔 소리도 지르고, 자세도 교정해주면서 흐뭇하게 그들을 지켜보았다. 그러면서 그 두툼한 손으로는 어딘가로 끊임없이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모티콘까지 넣어가면서. 그제야 나는 진짜 추성훈을 본 것 같았다. 슬며시 다가가 말을 붙이자 그는 한결 편안한 표정으로 많은 얘기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인터뷰에 들어가기 전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당신이 어려운 상황에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니 대답하기 싫은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아도 좋다. <아레나>는 언론 매체라는 걸 빌미로 거짓을 전달하고 싶지는 않다. 당신의 진심을 전달하고 싶을 뿐이다.
좋다. 일단 시작하자.

한국에서 인기 있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종합격투기 선수가 이렇게 이슈가 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이유라… 내가 물어보고 싶다. 당신이 생각하는 내 인기의 비결이 뭔가.

우선은 당신이 링 위에서 보여주는 투지 때문이 아닐까. 투지 없는 선수가 어디 있을까마는 당신은 유별나다. 야성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어울리는 선수를 본 적이 없다.
당신 말대로 투지는 모든 선수들이 가지고 있다. 다만 다른 선수들보다 눈에 띄고 싶어하는 마음이 강해서가 아닐까 싶다.(웃음)

좀 더 솔직히 얘기하자면 한국에서 당신은 민족주의의 아이콘같이 되어버렸다. 한·일 양국의 해묵은 역사 문제가 당신을 통해 커진 거다.
링 위에서 나는 그저 선수일 뿐이다.

미사키와의 대전에서 몸 상태는 어땠나. 평상시 추성훈 같지 않았다.
몸 상태가 크게 나쁘지는 않았다. 당신이 그날 경기를 이상하게 봤다면 내가 일부러 동작을 최소화했기 때문일 거다. 미사키와의 경기에서는 스텝을 적게 하려고 했었다. 미사키가 워낙 스텝이 좋은 선수였기 때문에 나는 그 반대로 가려고 했다.

어쨌든 시합에서는 당신이 졌다. 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미사키가 링 위에서 문제의 ‘설교’를 할 당시 당신은 무관심하고 퉁명스런 표정으로 일관했다. 그때 기분은 어땠나.
그가 그렇게 말하는 의미를 알 수 없었다. 미사키 선수가 그런 말을 할 상황이었는지, 그럴 자격이 있는지 하는 문제로 머리가 복잡했다.

그걸 지켜보는 우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미사키가 왜 그렇게 유난스런 행동을 했는지 TV를 지켜보는 한국인 입장에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한국 팬들도 화가 났나? 어떤 점에 화를 냈나.

‘일본이 최고’라는 발언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 발언은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 그것이 마치 한국을 의식하는 듯 보였으니까. 물론 승부를 결정지은 그 사커킥도 문제였다. 당신이 승리를 도둑맞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이미 끝난 일이지만, 그래서 재대결을 해서라도 확실히 하고 싶다. 그것이 나에게도, 한국 팬들에게도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미사키와의 대전은 다시 이루어지나. 일부 언론들은 벌써 재대결 시기까지 내놓고 있던데.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타이밍만 맞으면 언제든 좋다.

그런데 말이다. 사실 미사키와 다시 대전한다고 해도 당신에게 큰 의미가 있을까. 왜냐하면 미사키와 시합 이후 일본 내에서 당신에 대한 반감이 많이 사라진 건 사실이다. 다시 대전을 벌인다고 해도, 승리한다 해도 당신에게 도움될 것이 없을 것 같은데.
무엇보다 깔끔한 시합이 아니었다. 시합 후에 이런저런 소문도 많았고. 그래서 어떻게든 다시 결판을 내고 싶은 거다. 물론 재대결을 한다고 해도 한국보다는 일본에서 하고 싶다. 한국에서 한다면 또다시 불편한 소문이 쫓아다닐 거다. 괜히 한국과 일본의 대결 구도같이 되어버릴 수도 있을 테고. 나는 어차피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활동해야 하는 파이터다.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승부해야 말이 생기지 않는다. 깔끔하지 못한 건 싫다.

지금이 무언가를 말하기 애매한 상황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이런 인터뷰 제의가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그런 건 전혀 없었다.

한국 나이로 치면 벌써 서른네 살이다. 운동 선수에게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힘든 일이지 않나.
사실 그런 것을 생각할 때가 됐다. 서른을 넘어서면서부터 선수 생활을 제대로 하는 것이 힘들다는 생각도 했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연습에 더 열중한다.

하지만 UFC 헤비급 챔피언인 랜디 커투어는 마흔이 넘은 지금도 계속 정상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 않나.
랜디 커투어에 대해서 잘은 모르겠다. 하지만 그가 지금도 챔피언 자리를 유지하는 건 UFC 룰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몸 상태만 따지면 젊었을 때만큼은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의 내가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사실 운동 선수에게 결혼은 굉장히 중요하다.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꼭 결혼을 통해서만 안정을 얻을 수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이유로 많은 선수들이 일찍 결혼하기도 한다.
결혼은 나 역시 중요하게 생각한다. 운동은 혼자서 하는 거라고들 얘기하지만, 혼자서 그 지독한 훈련을 어떻게 극복하겠나. 같이 얘기할 수 있는 친구들이나, 편안함을 제공해주는 가족이 있는 편이 도움이 된다.

그렇게 얘기하면서 결혼이 늦어진 이유가 뭔가.
응? 내가 결혼이 늦은 건가? 아직 늦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한국에서는 스포츠 스타들이 굉장히 일찍 결혼한다. 빠르면 20대 중반에, 늦어도 20대 후반에는 결혼하더라. 그에 비하면 당신은 늦은 것 아닌가. 일본 선수들은 늦게 하는 편인가?
일본에도 빨리 결혼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나는 잘 모르겠다. 지금이 결혼하기 늦은 나이인지. 조급한 마음은 없다.

한국의 톱 배우인 황신혜와 함께 찍은 사진을 봤다. 그녀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당신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려놓고는 멋있는 남자라고 멘트를 달았더라. 한국의 연예인들과도 친분이 있나?
아니다. 친구들과 함께 한국에 여행을 갔는데 일행 중에 황신혜 씨와 아는 사람이 있었다. 그녀가 같이 밥 한번 먹자고 해서 나간 것뿐이다.

그 자리에는 당신의 연인인 야노 시호도 동행했었다.
많은 친구들이 함께 모인 자리였다. 그녀도 그 자리에 있긴 했다.

시호와의 관계에 대해 묻고 싶다.
대답하고 싶지 않다. 여자친구에 대한 얘기는 불필요하다.

사쿠라바와의 대전 이후 시호가 일본 내에서 안 좋은 소문에 시달렸다는 말이 있었다. 당신의 여자친구라는 이유로 말이다.
그런 얘긴 못 들었다.

이번 미사키전이 끝나고 나서도 많은 이들이 당신 옆에 섰다. 오릭스 버펄로스의 기요하라 가즈히로가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기요하라와는 원래 친분이 있었다. 지인을 통해 안 지는 5년쯤 됐는데, 내가 유도하는 모습을 보고 나를 만나고 싶었다고 하더라. 같은 지방이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두 선수는 같은 오사카 지방 출신이다) 왜 만나고 싶어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묻지도 않고 대답하지도 않았다.(웃음)

기요하라 외에도 친구들이 있나.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와무라 아키노리와도 친하다. 친하기는 한데 어느 팀에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웃음) 친구 사이라고 해서 모든 걸 다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쨌든 친한 친구는 맞다. (이와무라는 현재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데블레이스의 주전 내야수로 활약하고 있다.)

이와무라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듯이 UFC에서도 당신을 탐낼 만한데 제의가 오지 않나?
그럴 것 같은데, 아직은 제의가 없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강자들이 득시글거리는 곳은 정말 멋지다. 파이터로서 더 큰 무대에서 뛰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 연말에 있었던 최용수와 마사토의 대전을 봤나.
봤다. 하지만 당연히 마사토가 이길 거라고 생각했다. 최용수가 좋은 선수이고, 세계 챔피언이었던 것도 알지만 마사토는 K-1 룰에 최적화된 선수다. 그 체급에서는 세계 최강의 선수이기도 하고. 우선 체급부터 상대가 되지 않는 시합이었다.

당신이 제롬 르 밴너에게 패했던 것처럼? 당신이 그렇게 일방적으로 패한 경기는 한 번도 없었다.
그렇다. 주최 측에서는 아마 프랑수아 보타와의 시합에서 내가 승리하면서 비슷한 기적을 원했는지 모르겠지만, 밴너는 차원이 달랐다. 체급과 체격의 차이는 어쩔 수 없다. 거대한 벽과 싸우는 느낌이었다.

복싱을 비롯해 씨름이나 유도 등 타 종목 선수들이 종합격투기 선수로 성공할 확률은 얼마나 될 거라고 생각하나.
20%면 높은 거다. 아무리 세계 최고의 선수라고 해도, MMA는 전혀 다른 세계다. 그런데 갑자기 그건 왜 묻나?

당신이 UFC에 진출한다면 성공할 확률이 얼마나 될 것 같냐고 묻고 싶은 거다.
20%보다는 높을 거다. 하지만 UFC에 진출하려면 모든 것을 다시 준비해야 한다. 이미 많은 파이터들이 UFC 룰에 적응하지 못한 것을 봤잖은가. 몇몇 선수가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것도 프라이드에서의 움직임이 몸에 배어서인 것 같다.

룰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약물 의혹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무리 무대를 옮겼다고 해도 그렇게 기량 차이가 많이 날 수 있나?
나도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그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운동 선수치고는 옷을 잘 입는 편인데, 옷에 관심이 많나. 사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당신이 벨루티를 신고 나오리라고는 꿈에도 상상 못했으니까.
(방어적인 표정으로 가득 차 있던 그의 표정이 갑자기 밝아졌다) 아주 좋아한다.(웃음) 친구들은 나를 여자라고 생각할 정도로 패션에 관심이 많다. 이 구두는 3개월 전에 산 건데 아주 착용감이 좋다. 마음에 든다.

특별히 좋아하는 브랜드라도 있나.
그런 건 없다. 여자들처럼 아이쇼핑하는 것도 좋아하고, 둘 중 하나를 골라야만 하는 골치 아픈 과정도 좋아한다.

패션 잡지에도 관심이 많겠다.
예전부터 아주 많았다. 잡지를 많이 보기도 했고. 달라진 점이라면 전에는 잡지를 보며 입맛만 다셨는데, 요즘에는 사고 싶은 걸 많이 살 수 있게 됐다는 것 정도?

하긴 돈도 많이 벌었을 테니까. 나이키라는 거대 기업의 CF도 찍고 말이다. 스폰서들이 당신에게 상품성이 있다는 것을 눈치 챘나 보다. 그 정도 기업이라면 아무에게나 거액을 안겨주지는 않는다.
(웃음) 돈을 조금 번 건 사실이다. 하지만 메이웨더나 호야 같은 복싱 선수들이 대전료로 받는 금액에 비하면 내가 버는 금액이 그리 많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여자친구인 시호는 일본의 톱 모델이다. 그녀가 당신의 옷차림에 조언을 해주기도 하나.
그런 적 없다. 내가 고르고 산다.

평상시에도 당신은 운동만 할 것 같은데 운동 안 할 때는 뭐하나.
날씨가 좋을 때는 산책하는 것을 좋아한다. 아침에 공기 좋을 때 말이다. 뭔가 정화되는 기분이랄까. 건강에도 굉장히 좋고 말이다.

세상에 당신이 산책이라니. 뜻밖에 부드럽고 섬세한 구석이 많은 것 같다.
다들 나를 거칠고 사나운 사람으로 생각한다. 물론 계속 운동을 해왔으니 그런 면도 있을 거다. 하지만 내면엔 여자같이 섬세한 부분이 많다.

나는 최고의 시합이 데니스 강과의 경기였다고 본다. 사실 그 경기에서 누구도 추성훈의 승리를 예상하지 않았다. 당신 자신도 승률이 30% 정도라고 말했었고. 하지만 그런 경기는 처음 봤다. 마치 맹수가 초식동물을 서서히 몰아가는 느낌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 경기를 얘기하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 특별히 뭔가 준비하지도 않았다. 시합 중에 타이밍이 좋았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시합이 생각대로만 움직이는 건 아니니까… 솔직히 타격은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에 나 자신도 타격으로 이길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데니스 강이 워낙 타격이 좋은 선수 아닌가. 다만 그라운드로 겨루긴 싫었다. 초반부터 그라운드로 가는 건 너무 힘드니까.(웃음)

어쨌든 자신이 없다면서 압도적으로 이겼다. 괜한 엄살이었나?
그런 건 아니다. 데니스 강은 강한 선수고, 경기 전의 수치도 아주 객관적으로 말한 거였다. 하지만 링 위에서는 많은 변수들이 생기곤 한다.

한국의 격투가들과도 교류가 있나.
물론이다. (윤)동식 형과 김민수, 최무배 형 정도가 친하다고 할 수 있다. 아, 최홍만을 빼먹었다. 꼭 넣어줘야 한다. 자기 이름 빼먹은 걸 알면 화낼 거다.(웃음)

이중에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한국 파이터는 누구라고 생각하나.
역시 최홍만이다. 최홍만의 몸집은 그 자체로 축복이다. 조금만 더 경험을 쌓는다면 엄청난 선수가 될 거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선수가 있나.
BJ펜. 천재라는 생각이 든 선수는 BJ펜이 처음이었다. 주짓수 기술과 타격,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 그의 감각은 정말 연습으로 획득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최고라고 생각하는 선수는 누구인가.
당신이 말한 최고의 선수가 최강의 선수를 뜻하는 거라면 두말할 필요 없이 에밀리아넨코 효도르다. 모든 것이 완벽하다. 일대일의 단판 승부에서 효도르가 누군가에게 진다는 걸 상상하기 어렵다.

개인적으로 링 위에서 싸워보고 싶은 선수는 있나.
그런 건 없다. 주어지면 싸울 뿐이다. 우선은 미사키와의 재대결에 힘을 쏟고 싶다.

그 경기에서 질 이유가 없었다고 생각해서인가.
꼭 그런 건 아니다. 미사키도 좋은 선수다. 다만 게임이 무효 처리된 상태이고, 조금 더 확실하게 승부를 내야 한다는 마음이다.

사쿠라바와의 재대결은 어떤가.
물론 언제든지 다시 경기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

미사키와 사쿠라바 중 누가 더 까다로운 상대인가.
누구든 마찬가지다. 둘 다 강한 선수다. 미사키는 변칙적인 스타일이라 까다로운 선수고 사쿠라바 역시 하향세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톱에 낄 만한 여력이 있는 선수다. 마지막까지 방심할 수 없다.

사쿠라바와의 경기에 대해 묻고 싶다. 사쿠라바가 레프리에게 미끄럽다는 이의를 제기했을 때 사실상 어느 정도 승부가 결정됐던 상황 아니었나? 로션 문제가 아니더라도 당신의 승리를 의심하기 힘든 상황이었다는 말이다.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다. 더 이상은 할 말이 없다.

종합격투가로서 마지막 목표는 뭔가.
종합격투기와 유도의 정신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것. 그러기 위해서 시합도 하고, 잡지나 TV에도 나오는 거다. 사실 이런 인터뷰도 쉽지만은 않은 일이니까.

그건 너무 방만한 대답 아닌가? 보통은 아주 개인적이고 구체적인 목표를 댄다. 챔피언 벨트라든가.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

그러면 유도를 널리 알리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다는 말인가.
챔피언이 된다면 좋겠지. 하지만 그건 부차적인 목표일 뿐이다. 유도의 우수함을 알리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비록 챔피언이 되지 못한다 한들 어떤가. 나는 시합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그런 마음만으로 혹독한 훈련을 견딜 수 있나?
지금 그렇게 하고 있지 않나.

당신에게 강해진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단순히 많은 파이터들을 쓰러뜨리고 승수를 쌓으면 그게 강해지는 건가?
오로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것이 강함이라면 뭐하러 힘들게 육체를 단련하겠나. 아무리 자신의 육체를 자랑해봤자 총 한 방이면 끝이다. 진정한 강함이란 육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정말 강하다는 건 부드러움, 친절한 마음을 잃지 않는 거다.

그러면 당신은 부드러운 남자인가?
아직 멀었다. 훨씬 더 부드러워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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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Photography 김도석
Editor 이기원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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