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REPORTS MORE+

숲 속의 붉은 숲

숲에서 기다렸다. 우산으로 햇빛을 가리며 정소민이 걸어왔다. 붉은 드레스를 입고 초록의 세계로 들어섰다.

UpdatedOn August 13, 2014

▲ 실크 소재의 빨간색 톱과 슬릿 스커트 모두 캐롤리나 헤레라, 앵클 스트랩 힐은 게스 슈즈, 반지는 모두 미네타니 제품.

왜 연기를 하는 걸까?
하고 싶으니까. 하고 싶었던 일이라서 재미있다. 그전에는 무용을 했는데, 무용도 무대에서 표출한다. 연기를 조금 배워야겠다 싶어서 연기 연습실을 찾아갔는데, 연기라는 게 매력 있었다.

횡성에서 영화 촬영 중이라고 들었다. 무슨 영화인가?
멜로가 가미된 호러물이다. 신기한 장르지. 시나리오가 너무 좋아서 선택했다. 홍종현 씨와 함께 찍고 있다.

잘나가는 청춘 스타들이 나오는 작품에는 정소민이 등장한다. 대중이 당신을 좋아하는 걸까?
글쎄다. 나도 궁금하다. 왜 나를 좋아하는 걸까?

예뻐서?
그건 아닌 것 같다. 한 번도 대중이 나를 좋아한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 감독님 같은 경우는 잘 맞아서 나를 불러주시는 것 같다.

20대 여자 배우들이 줄어든 것 같다.
세대교체 중이다. 남자 배우들은 많은데, 여자 배우들은 적다. 20대 남자 배우들이라도 기반을 다지고 있어서 다행이다.

사실 연기자는 많은데, 주목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거겠지?
그렇다. 이 직업에 대한 갈망은 늘어나고, 하고 싶은 사람은 많아지는데, 배우의 입지는 예전만 못한 것 같다.

예전에는 배우의 입지가 달랐나?
그 시대를 아우르는 배우들이 있었다. 지금은 배우들이 너무 많다는 느낌이다.

콘텐츠가 늘어나서 그럴 수도 있겠지.
그래서 많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결국에는 대중이 원하는 몇 명은 정해져 있을 거다. 그런 부분은 변하지 않는데,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가 늘어난 것 같다.

일 안 할 때는 어떻게 보내나?
학교 다니고, 도자기도 굽고 강아지랑도 논다. 향초도 만드는데 굉장히 재밌다.

레이스가 돋보이는 슬리브리스 톱과 쇼츠는 모두 마쥬 제품.

만드는 걸 좋아하나?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이 부러웠다. 아이패드에 끄적거리면서 그림을 배워볼까 했는데, 배운다는 것 자체가 사람을 갇히게 만들더라고. 나는 정물화 같은 건 정말 못한다. 정해진 것, 똑같이 따라 그리는 건 약하다. 남들과 똑같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배우지 않고, 손으로 할 수 있는 걸 찾다 보니까 도자기가 떠올랐다.

도자기 굽는 건 자유롭나?
물론 정형화된 기준은 있지만,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틀을 벗어나거나, 삐뚤어져도 상관없는 것들 말이다.

드라마의 연기야말로 정형화된 것 아닐까? TV에서 입체적인 캐릭터는 별로 못 본 것 같다.
거의 없다.

뉴스에 나오는 누구의 오열 연기, 잘하는 연기라고 불리는 것들 보면 다 비슷하지 않나? 많이 울면 잘하는 연기인가?
연기는 예술 분야라고 생각해왔다. 잘한다는 평가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고흐의 그림을 잘 그렸다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처럼 예술적으로 평가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잘한다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내 마음에 와 닿는 연기라면 잘한 거겠지. 함께 느끼고, 공유할 수 있는 게 좋은 것 같다. 사람들은 기술적인 부분을 이야기하는데, 그건 내가 지향하는 바가 아니다.

하고 싶은 연기가 많을 텐데, 캐릭터들은 정해져 있지 않나?
20대 여배우가 할 수 있는 입체적인 역할이 많지는 않다. 그래서 <빅맨>에 출연했다. 시놉시스를 봤을 때 꽤 입체적이라고 느꼈거든.

TV에 나오는 캐릭터들에 비해서 입체적이었다는 건가?
맞다. 모순이 많은 캐릭터였다. 재벌가에서 태어났지만, 그런 환경을 혐오하는 울림이 있고, 엘리트 코스를 밟았지만 그에 반대되는 생활을 하고 있다. 가족을 비판할 줄 아는 자기만의 세계가 있었다.

하고 싶은 역할이 있나?
잘 모르겠다. 역할이 좋아서 작품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책을 읽었는데 너무 재밌어서 무조건 하겠다는 경우도 있다. 선택하는 기준이 점점 모호해지는 것 같다.

작품을 고를 수 있는 사람들은 선택받은 사람들이다. 그런 점에서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겠지.
운이 좋았다. 데뷔부터 이름만 대면 알 법한 사람들과 작업했다. 그런 현장 자체가 배우는 데 훌륭한 거름이 됐다.

무엇을 배울 수 있는 걸까? 잘하는 사람이랑 같이 일을 하면 결국 그 사람의 방식을 답습하는 거 아닌가?
흡수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무언가를 주입받지 않아도, 흡수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좋은 환경, 좋은 가정도 마찬가지겠지만. 공부하지 않아도 좋은 걸 많이 보고 자란 사람은 사고 자체가 다르다. 그냥 보고 배우는 거지.

그럼 4년 동안 흡수한 건 무엇인가?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지향하는 바가 아닌 기술적인 것들이 몸에 밴 것을 느낀다. 그런 부분들을 걷어내고, 정형화되지 않은 날것을 더 찾으려고 한다.

말하는 모습을 보면, 말하고 있는 문장과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 같다. 생각이 많아 보인다는 뜻이다.
생각이 많은 편이다. 좋은 점이자 나쁜 점이기도 한데, 갈수록 비사회적으로 되는 것 같다.

무슨 뜻일까? 관계를 덜 맺는다는 건가?
나라는 사람이 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걸 주위 사람들도 느끼는 것 같다. 지금 함께 영화를 찍는 또래 배우가 세 명이다. 감독님에 의하면 셋 다 자기 스타일이 너무 확고하다는 거다. 나는 나름 잘 다듬어진 사회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성격이 둥글둥글한 사람이었나?
맞다. 한편으로는 나만의 색깔이 많은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나도 내 길만 고집한다는 걸 알았다.

  • 보이프렌드 핏의 재킷과 팬츠 모두 푸시버튼, 볼드한 뱅글은
    발망 제품.
  • 튜브톱 원피스는 드민, 빨간색 스틸레토 힐은 뮤트
    by 슈대즐 제품

한때는 누구나 자신만의 명확한 세계를 갖고, 그 세계를 굳건히 유지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 타인에 의해 우리의 방향이 결정되고, 행동을 요구받다 보면 세계가 점차 허물어지는 걸 느끼게 된다. 허물어진 세계를 보면서 그 세계에 존재했던 감성들은 어디로 갔는지조차 모르게 된다.
자유로움을 찾고 싶다. 그래서 일을 안 할 때는 하고 싶은 걸 한다. 도예나 향초 제작은 누가 시켜서 하는 건 아니다. 도움되라고 하는 것도 아니지만 언젠가는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을 은연중에 한다. 갈수록 자유에 대한 갈망이 커진다. 누구도 나를 속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배우는 개인 사업자잖아?
하하. 그렇지. 근데 나는 눈치를 많이 보는 타입이다.

자신감이 없었나?
그럴 수도 있다. 사람들이 나를 떠날 거라고 생각했다. 지나친 배려를 한다 해도 그 배려가 내 기준에서나 배려지, 상대방에게는 배려가 아닐 수도 있거든. 모든 사람의 기준을 맞출 수는 없다. 그럼 또 관계가 무너지는 거지.

데뷔 때는 잘 몰랐겠지만, 이제는 좀 다르지 않나?
지금은 솔직하게 말한다. 요구할 부분은 바로 말한다. 그럼 더 깔끔하다. 서로 쿨하게 작업할 수 있다. 혼자 생각을 너무 많이 하면, 마음의 벽이 쌓인다.

마음의 벽은 항상 쌓아야 하는 거 아닌가?
그걸 허물겠다는 건 아니다. 마음을 조금 더 밖으로 드러내려는 거다. 그래야 나도 스트레스를 덜 받겠지.

4년 전에는 무용을 했던 건가?
연기를 했다. 스무 살부터 연기를 했고, 무용은 고등학교 때 했다.

4년 뒤 소민 씨는 어떤 모습일까?
서른. 결혼을 했을까?

안 했을 것 같다.
그때 다시 만난다면, 그 말이 맞았다고 하거나 예언이 틀렸다고 얘기할 수 있겠지.

Editor: 조진혁
PHOTOGRAPHY: 김태선
STYLIST: 박미경
HAIR: 차세인(제니하우스 프리모)
MAKE-UP: 장혜정(제니하우스 프리모)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조진혁
Photography 김태선
Stylist 박미경
Hair 차세인
Make-up 장혜정

2014년 08월호

MOST POPULAR

  • 1
    새로 오픈했습니다
  • 2
    이민기, “제 나이에 맞게 역할을 해내는 배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 3
    THE PREPSTER
  • 4
    UNFAMILIAR SUIT
  • 5
    경이로운 세계

RELATED STORIES

  • CELEB

    2022 17th A-awards

    에이어워즈는 진정 연말의 신호탄이다. <아레나>의 독자와 친구들을 서슴없이 불러 모아 만끽했던 제17회 에이어워즈의 밤을 돌아봤다.

  • CELEB

    김종현, ”솔로 앨범 은 팬들을 향한 마음을 담아내”

    김종현의 뉴이스트에서 솔로로 컴백 인터뷰와 화보 미리보기

  • CELEB

    NCT 태용, 창작의 힘

    NCT 127의 리더 태용은 멈추지 않고 창작한다. 가사, 비트, 그림, 영상, 무엇으로든 표현하는 태용은 만들면서 힘을 얻는다.

  • CELEB

    최원영, “<슈룹> 즐거운 분위기에서 연기할 수 있어서 남달랐다”

    배우 최원영의 남성미 넘치는 화보와 인터뷰 미리보기

  • CELEB

    금새록, <사랑의 이해> “삶에서 가장 즐거운 건 연기”

    배우 금새록의 다채로운 매력을 담은 화보 미리보기

MORE FROM ARENA

  • LIFE

    Destination 2023 #2

    코로나19가 퍼졌을 때 가장 크게 피해를 본 업계는 여행업이었다. 반대로 위드 코로나가 오면서 사람들이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여행이다. 출장으로, 신혼여행으로, 모험으로, 이제 사람들이 다시 떠나고 있다. 2023년 한국 사람들은 어디로 어떻게 떠나고 싶어 할까. 어떤 마음으로 떠나는 게 좋을까. 여행업계의 맨 앞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대답을 추렸다.

  • FILM

    Louis Vuitton Men’s Spring-Summer 2017 Show

    현지 시간 6월 23일 목요일 한국 시각 오후 5시 30분부터 시작되는 2016 S/S 루이비통의 패션쇼를 라이브로 즐길 수 있습니다.

  • LIFE

    아웃도어 꿀 조합

    전기자전거를 타면서 캠핑을 즐긴다? 두 가지 액티비티를 함께 즐기는 똑똑한 아웃도어의 매력.

  • LIFE

    플라밍고를 쫓는 모험

    헤르난 바스는 모험 앞에 놓인 소년들을 그린다. 고독한 얼굴을 한 그들은 풍랑이 거칠게 이는 바다, 도로변의 모텔, 네시를 찾는 캠핑밴, 플라밍고가 가득한 늪지대 등 낯선 세계로 자신을 던진다. 쿠바 이민 2세대이자 퀴어 아티스트로서 알 수 없는 것과 소외된 것, 기이한 것을 골똘히 들여다보고 거침없이 그려내는 헤르난 바스. 사시사철 쨍쨍한 플로리다에 살지만 햇빛보다는 그림자에 더 호기심을 지닌 미스터리 애호가에게 궁금했던 것들을 물었다.

  • INTERVIEW

    최선의 미카

    7년 만에 돌아온 미카가 한국에 남기고 간 것들.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