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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ll We Dance

네 명의 여자 배우가 자신이 주목받는 이유를 춤으로 증명한다. 같이 추고 싶다.

UpdatedOn January 02, 2014

(임주은) 검은색 미니 드레스는 발란타인 제품. (남자) 검은색 팬츠는 버버리 프로섬 제품.

임주은의 편견
이상형이었다. 드라마 <상속자들>의 전현주는 만나고 싶은 여자였다. 도도할 것 같지만 친절하고, 침묵하며 고민하고 홀로 판단하는 여자. 날카로울 것 같았다. 발톱을 내민 고양이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드라마 속 캐릭터일 뿐이다.
전현주와 임주은은 달랐다. 그녀가 스튜디오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알아보지 못했다. 머리에 피스를 붙여 긴 생머리를 하고 있었다. 그것 때문에 달라 보인 건 아니었다. TV 속 그녀를 둘러싼 냉랭한 기운과 실제 그녀 주위의 공기는 달랐다. 그녀는 먼저 웃었다. 작은 얼굴이 더 작아졌다. 너무 예뻐서 화장하는 모습을 멀리서 구경했다. 우리가 한 거울에 담기면 그녀가 웃었다. 해맑게 웃었다. 아이들처럼 웃었다. 천진난만했다. 이상했다. 생각과 전혀 다른 그녀가 낯설지 않았다.

  • 와인빛 드레스는 조르지오 아르마니 제품.

  • 검정색 드레스는 조르지오 아르마니, 슈즈는 헬레나 앤
    크리스티 제품.

고양이 눈을 가져서 다른 여배우와 겹쳐 보여 그랬을까? 사실 그녀의 연기 경력은 7년이다. 신인이라고 부르기 민망하다.
“오히려 더 편한 것 같아요. 부담이 덜해요. 도전할 수 있는 게 더 많아지는 것 같아요. 한 이미지에 고정되면,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얽매여야 할 텐데 저는 그런 게 없어요. 하고 싶은 걸 해요.” 그녀의 필모그래피를 다시 봤다.

나는 오래전부터 그녀를 모르면서도 그녀의 연기를 지켜봤다. <메리 대구 공방전>의 여중생, <혼>의 무서운 여고생, <아랑사또전>의 청아한 선녀. 그녀는 비슷한 역할을 맡지 않았다. “독특한 캐릭터를 많이 했어요. 이제는 평범한 캐릭터도 해보고 싶어요. 유별나지 않은 사람들을 관찰해보면 오히려 더 특별한 면이 많아요. 밝고, 긍정적인 사람을 연기해보고 싶어요.” 그녀는 머리카락 피스 조각을 떼며 말했다. 그녀의 긴 머리가 1분 단위로 짧아졌다. 가벼워 보였다. 얼굴이 더 잘 보였다. 커다란 이목구비가 환하게 빛났다. 정말 예뻤다. “에이, 아니죠. 저는 잘생겼죠. 독특하게 생겼고요. 예쁘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 건 아니에요. 그래서 들으면 기분이 정말 좋아요. 근데 사실은 제 친구들이 더 예뻐요.” 그녀와 친해지고 싶었다. 그녀 친구들과는 끈끈해지고 싶었고.


양진성의 질문

(양진성) 재킷은 휴고 보스, 캐미솔은 캘빈클라인 언더웨어 제품. (남자) 팬츠는 휴고 보스 제품.

쇼트커트가 잘 어울리는 여자들을 안다. 진 세버그와 아나운서 김주하. 둘의 공통점은 동그란 두상이다. 굴곡 없는 머리에선 정갈한 단어들이 나온다. 두 여자는 표준어를 정말 똑 부러지게 구사한다. 양진성이 카페에 들어섰을 때, 그녀는 바탕체처럼 보기 예쁜 문장만 말할 것 같았다. 양진성은 진 세버그보다 쇼트커트가 잘 어울리고, 김주하보다 나긋하게 말했다. 그런 여자는 현실에 몇 없다. 아마 그녀가 신촌의 유명한 여대를 나와서 내가 못 봤을 수도 있다. 나는 여대 근처에 간 적도 없으니까. 그녀는 조곤조곤 자신을 소개했다. 스스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에너지 넘치는 여자라고 했다. 큰 목소리로 인사하고, 들뜬 감정으로 가득하다며 웃었다.
그녀가 웃으면 그 말은 진실이라고 믿게 된다. 그녀는 웃을 때조차 아름답게 일그러지는 얼굴을 가졌으니까. 그녀의 전공은 조소다.

  • 회색 미니 드레스는 이자벨 마랑 제품.

  • 검은색 톱은 캘빈클라인 언더웨어, 줄무늬 스커트는
    비비안 웨스트우드 제품.

우리는 소개팅에 나온 대학생들처럼 얘길 했다. 서로의 전공을 교환하고, 휴대폰 사진첩을 공유했다. 그녀는 작은 종이에 자신의 어린 시절 사진을 소묘한 그림을 보여줬다. 어려서도 예뻤다. 왜 예쁜 여자들은 전부 TV로 갈까? 배우가 돼서 더 많은 남자들의 사랑을 받으려고 하는 걸까? 양진성은 자신은 예쁜 얼굴로 연기하는 배우가 아니라고 했다. 그 말을 하는 그녀가 예뻐 보였다.

“연기를 기술적으로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이 어떤지는 카메라에서 속일 수 없어요.” 사실 그녀는 글을 쓰고 싶다고 한다. 그녀의 입을 빌리자면, “지금도 엄청 써요.” 연기를 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그녀의 표현하려는 기질 때문이다. 그녀는 그림과 글이 아닌 말과 몸으로 인간사를 표현하는 배우란 직업에 매력을 느꼈다. 그 무엇보다 직접적이니까. 그녀는 글 쓰는 걸 좋아하니까. 연기도 처음부터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한다. 하지만 연기는 어려웠다. 연기를 전공하지 않았기에, 작은 신이라도 기본기가 없음을 느낀다. 그래서 그녀는 질문이 많다. 활달한 성격이 도움이 됐다. 귀동냥, 어깨너머로 봐온 것들을 선생님에게 묻는다.
어른을 대하는 게 즐겁다고 한다. 그녀는 배우는 방법을 안다.


김윤혜의 속내

(김윤혜) 흰색 드레스는 제이슨 꾸뛰르 제품. (남자) 검은색 팬츠는 쟈딕앤볼테르, 구두는 체사레 파치오티

소녀를 만난 건 오랜만이었다. 소년은 소녀 앞에서 쑥스러워야 하는데, 나는 아저씨가 됐는지 아무렇지 않았다. 소녀는 나를 조 씨, 나는 소녀를 김 양이라고 불렀다. 김 양은 모델이었다. 고등학교 때 잡지사 모델로 데뷔해 꽤 오랜 시간 잡지의 단골 모델로 등장했다. 그래서 사진 속 그녀가 낯설지 않았다. 하지만 맞은편 소파에 앉아 고개를 젖히며 연신 웃는 그녀는 처음이었다. 김 양은 화보 촬영하는 동안 말이 없었다. 낯을 가렸다. 분위기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인터뷰를 할 때쯤 적응을 했는지 웃기 시작했다. 많은 말을 했다. 하지만 영화 <소녀>의 해원은 말이 없다. 웃지 않는다. 감정이 가라앉아 냉혹해 보이기까지 한다.

  • 회색 미니 드레스는 이자벨 마랑 제품.

  • 검은색 톱은 캘빈클라인 언더웨어, 줄무늬 스커트는
    비비안 웨스트우드 제품.

(왼쪽)드레스는 제이슨 꾸뛰르, 골드 힐은 슈대즐 제품. (오른쪽)검정색 레이스 브래지어는 캘빈클라인 언더웨어, 흰색 스커트는 프리마돈나, 머리에 두른 베일과 검정색 상의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감정 표현이 없다. 하지만 그 안에는 많은 감정이 있다. 해원은 눈으로 감정을 표현했다. 영화와 잡지를 통해 본 김 양의 얼굴은 차가웠다. 차가워서 낯을 가리거나, 싫어하거나, 무심할 것 같았다. 김 양의 연기였다. 김 양은 스물한 살이 되어서야 사진기 앞에서 영화 카메라 앞으로 나아갔다. 발전이었다.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 카메라 앞에 선 게 낯설지 않았다고 한다.

연기는 김 양의 스무 살 이전과 이후를 나누는 경계다. 일을 너무 일찍 시작했다. 그래서 쉴 때면 집에만 있다. 김 양은 스스로 집순이라고 했다. 밖을 너무 안 나간다. 클럽도 한 번 안 가봤다. 그래서 연애도 안 한 지 3년이 넘었고, 친한 남자라고는 동창이 전부다. 영화를 보고, 에세이를 읽고, 손빨래를 하는 게 그녀의 일상이다. 하지만 연기 좀 가르친다는 사람들은 연기를 잘하려면 경험이 많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녀가 잘못된 걸까? 집에 있는 김 양은 자신만의 세계를 쌓고 있다. 그 세계에서 그녀만의 경험이 만들어진다. 김 양은 스물셋을 좋은 나이라고 한다. 뭐든 경험해보고 싶은 나이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아는 사람은 없다. 하고 싶은 걸 할 뿐이다. 그래서 그녀는 카메라 앞에 선다.


강한나의 반전

(강한나) 빨간색 꽃무늬 드레스는 캐롤리나 헤레라 제품. (남자) 검정색 스누드와 팬츠는 모두 랑방 제품.

강한나는 달라서 낯설었다. 부산국제영화제 때의 ‘파격 뒤태’ 드레스가 아직 강렬하게 기억나는데, 스튜디오로 들어온 사람은 강한나 같지 않았다. 예쁜 소녀가 인사하기에 헤어&메이크업 스태프인 줄 알았다. 무슨 스태프가 배우같이 예뻐, 생각했다. 그 소녀가 강한나였다. “오디션을 보러 가면 감독님들이 놀라서 물어보세요. ‘그때 그분 맞아요?’라고.” 그럴 만하지 않나? 이름도 ‘강한, 나’니까. “본명이에요.” 두 번 되물었다. 그녀는 두 번 대답했다. “본명이에요.” 반전은 또 있다. 강한나는 말투가 차분하고 조리 있다.
물론 이런 반전은 선입견 때문이다. 등이 훤히 보이고, 놀랍게도 엉덩이의 일부분마저 보이는 ‘강한’ 드레스를 입고 영화제 포토라인에 선 여자에 대한 선입견. 또 한 명의 몸만 예쁜 여자가 주목받으러 나왔구나….

  • 회색 미니 드레스는 이자벨 마랑 제품.

  • 검은색 톱은 캘빈클라인 언더웨어, 줄무늬 스커트는
    비비안 웨스트우드 제품.

(오른쪽)빨간색 드레스는 케이스 by 김연주 제품.

하지만 강한나와 마주 앉아 한두 마디 주고받았을 때 그것이 오해라는 것을 알았다. 적어도 강한나는 몸만 예쁘진 않다. 누구도 말투를 지어낼 순 없다. 말투는 마음과 머리에서 나오니까. 강한나의 소속사인 판타지오 관계자가 말했다.
“한나는 학교 다닐 때부터 유명했어요. 연기도 잘했고 똑똑했고 착했어요. 준비가 돼 있는 친구예요. 저희가 상당히 오래 지켜보다가 영입한 거예요.” 그녀는 칭찬에 안절부절못했다. “다섯 살 때부터 무용을 했어요…. 고등학생 때 어느 날 엄마가 이러시는 거예요. ‘너, 배우 해볼래?’ 저는 그때까지 한 번도 배우 되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그 한마디에 이끌려 여기까지 왔어요.”

강한나는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했다. 그리고 생애 첫 드라마 촬영을 앞두고 있다. “MBC 수목드라마 <미스코리아>에 나와요.
작은 역이지만, 그래서 어쩌면 찾기 힘드실 수도 있지만 봐주세요.” <미스코리아>에서 강한나가 맡은 역은 미스코리아 지망생이다. <미스코리아>에는 예쁜 여자들이 엄청 나오겠다. 그중 강한나가 군계일학일 가능성은 높다. 그래서 누구라도 단번에 그녀를 눈여겨볼 것이다. 근거? 없다. 편파적이다. 그래서 이것은 바람이기도 하다. 겨우 30분 이야기 나눴을 뿐인데 좋아져서.
그건 그녀가 매력적이라는 증거다. 인터뷰가 끝나고, 화보 찍을 준비를 마치고 나온 강한나는 다시 강렬하고 관능적인 강한나였다.

Editor: 이우성, 조진혁
photography: 유영규
Stylist: 배보영
HAIR: 김회광(라엔뜨레),서언미(보보리스),지경미,정미영(이경민포레)
MAKE-UP: 정선미(라엔뜨레),은주(보보리스),노은영,수영(이경민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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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이우성, 조진혁
Photography 유영규
Stylist 배보영
Hair 김회광(라엔뜨레), 서언미(보보리스),지경미,정미영(이경민포레)
Make-up 정선미(라엔뜨레),은주(보보리스),노은영,수영(이경민포레)

2014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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