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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코펠

내실 있는 7개국 8개 클럽이 피스컵을 들기 위해 한국에 모였다. <아레나>는 프리미어리그 데뷔 시즌에 팀 전력을 중상위권으로 끌어올렸고, 변함없이 유력한 포스트 퍼거슨 후보로 언급되고 있는 레딩 FC의 스티브 코펠 감독을 주목했다.<br><Br>[2007년 8월호]

UpdatedOn July 24, 2007

Editor 정석헌

어제 리버 플레이트와의 경기에서 ‘의외로’ 고전했다. 하지만 두 번째 시즌을 앞둔 레딩이 보완해야 할 점을 찾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어제 경기는 두 부분으로 나눠볼 수 있다. 전반과 후반의 경기 흐름이 완전히 달랐다. 우리는 지난 8주간 경기를 하지 않았다. 게다가 상대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었다. 결국 전반전은 어떤 계획도 세우지 못한 채로 경기를 했다. 하지만 곧 상대를 파악했고, 승리하지는 못했지만 후반전의 경기 내용은 훨씬 좋아졌다. 그래서 만족한다.

어제 경기한 수원은 박지성이 태어난 곳이다. 박지성의 경기를 보면서 젊은 시절의 코펠을 보는 것 같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생각해보니 그럴듯하다. 박지성이 뛰는 모습을 여러 번 봤는데, 기본적으로 체력이 뛰어나고 정신력도 무척 강하다. 그는 포기할 줄 모르는 선수인 것 같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선수로 경기를 치른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선수들에 대한 팬들의 기대치가 너무 높고, 쟁쟁한 경쟁자들도 많아서 조금만 부진해도 바로 주전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다. 올 시즌, 그가 우리 팀과의 2경기만 제외하고 좋은 활약을 펼치길 기대한다.(웃음)

프리 시즌에 열리는 클럽 대항전에 감독으로서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
아주 중요한 기회다. 우리는 이 대회에서 승리를 원하지 않는다. 8월 11일에 시작하는 정규 시즌에서는 경기 결과가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프리 시즌의 경기에서 내가 원하는 건 좋은 경기 내용이다. 가장 좋은 건 좋은 경기 내용으로 승리하는 것이나, 승리했지만 경기 내용이 좋지 못하다면 감독으로서는 무척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난 시즌 직전, 레딩으로 이적한 설기현은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올 시즌 목표는 ‘팀의 프리미어리그 잔류’라는 말을 자주 했었다. 그 당시 당신의 목표도 그러했나?
궁극적인 목표는 리그 잔류였다. 리그에는 1위로 잔류할 수도 있고, 17위로 잔류할 수도 있는데, 나의 가장 작은 목표는 17위로 시즌에 잔류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8위로 시즌을 마쳤기 때문에 팬들의 기대치도 높아졌다. 하지만 이는 지난 시즌의 결과일 뿐이다. 좀 더 냉정하게 말하면, 이번 시즌의 내 목표 역시 리그에 남는 것이다.

레딩은 지난 시즌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다. 특히 개막전의 결과가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20분간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에 대한 부담감에 시달리던 선수들이 미들즈브러를 상대로 3:2의 환상적인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0:2로 뒤지고 있을 때 선수들에게 어떤 주문을 했는가?
레딩은 올해로 1백36년이 된 팀이다. 지난 시즌 우리는 클럽 역사상 처음으로 톱 디비전에 올랐다. 클럽과 레딩 시민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우리는 작년 4월에 프리미어리그 진출을 확정했다. 팬들은 4개월 동안 우리의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팬들에게는 희망의 날이었고, 우리에게는 심판의 날이었다. 첫 상대인 미들즈브러의 플레이는 훌륭했다. 20분이 지날 때 0:2로 지고 있었고, 나는 관중들의 환호가 실망으로 바뀌어가는 걸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전반 25분, 우리 팀의 레프트 백인 니키 쇼레이가 수비 위치에서 공을 잡았다. 그가 드리블을 하고 상대 선수를 제친 후 포워드에게 공을 패스했다. 그리고 골대를 향해 크로스가 올라갔다. 비록 골을 성공시키지 못했지만, 그 아주 짧은 순간이 전환점이었다. 선수들은 자신감을 회복했고, 관중들은 다시 환호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길고 긴 한 시즌의 성공은 바로 그 순간으로부터 비롯되었다.

그 순간, 감독의 역할은 전혀 없었나?
나는 그저 스탠드에 앉아 있었다.(웃음) 나는 선수가 아니지 않은가. 물론 경기장 가까이로 나가 선수들을 독려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선수들을 더 경직되게 만든다고 판단했다.

시즌 초반 5승 1무 2패로 잘나가던 레딩이 5연패를 했다. 강팀과의 연이은 경기에 따른 결과이긴 했지만 성급한 사람들은 레딩 스쿼드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놀라운 4연승으로 기사회생하더니, 다시 2무 4패로 부진했다. 이런 레딩을 한국에서는 ‘도깨비 팀’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다른 팀에는 없는 레딩만의 힘은 무엇이라고 보나?
프리미어리그는 19개 팀들과 홈 앤 어웨이로 2경기씩 모두 38경기를 치룬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하기 전에 우리는 2005-06 프리미어리그 경기에 대해 연구했다. 레딩과 비슷한 전력으로 보이는 위건과 웨스트브롬이 상위 5개 팀과 싸운 결과는 매우 흥미로웠다. 위건은 상위 5개 팀과의 10경기에서 실망스럽게도 승점 1점을 얻었다. 반면 웨스트브롬은 승점 6점을 얻었다. 하지만 위건은 리그에 남았고 웨스트브롬은 챔피언십으로 떨어졌다. 우리는 맨유, 첼시, 아스날, 리버풀, 토튼햄 등 상위 5개팀과의 경기는 접어두기로 했다.
이 팀들은 우리가 상대하기에는 너무 벅찬 팀들이다. 이 팀들과의 경기에서 얻는 승점은 보너스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나머지 28개의 경기에 집중했다. 결국 우리는 상위 5개팀과의 경기에서 5점의 승점을 버는 데 그쳤지만 리그를 8위로 마칠 수 있었다. 우리의 5연패는 당신이 지적했듯이, 상위권 팀들과의 경기에 의한 결과였다. 우리는 이 상황을 이미 예상했기 때문에 실망하지 않았고 다른 팀들과의 경기에 더 무섭게 집중할 수 있었다. 수학적으로는 상위권 팀들과 연속적으로 경기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상위권 팀들과의 10경기가 각각 나눠져 있으면 우리는 그때마다 그다음 주 경기를 놓치면 안 된다는 부담을 안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올 시즌 첫 두 경기에서 맨유와 첼시를 상대해야 한다는 점이 반갑다. 그 두 경기를 모두 잃어도 좋다. 우리는 나머지 경기에서 최상의 결과를 끌어낼 테니까. 프리미어리그는 흥미롭다. 20개 팀이 있지만 신은 결코 공평하지 않다. 우리 팀은 절대, 절대로 이 리그에서 우승할 수 없다. 작년에 우승한 맨유는 올 시즌 벌써 5천만 파운드를 이적료로 썼다. 이 리그가 공평해지려면 맨유나 첼시와의 경기에서 우리는 2점을 먼저 얻고 시작해야 한다. 아스날이나 리버풀 같은 팀은 1점이면 되겠지만.(웃음) 아직 리그가 시작되진 않았지만, 올 시즌에도 우승이 점쳐지는 팀은 겨우 3개 팀 정도다. 이것은 경쟁이 아니다. 공평하지 않다.
레딩은 2007년 새해 첫날 대형 사고를 쳤다. 웨스트햄 전 6:0 승리. 선수들은 프리미어리그에 완벽하게 적응한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그 이후 한국 팬들은 설기현을 그라운드에서 보기 힘들어졌다. 당신을 원망하는 한국 팬들의 목소리가 들리지는 않았나?
경기 후 한국 기자들을 만나면 그들은 항상 설기현에 대해서 묻는다. 그러나 감독의 입장인 나는 26명의 1군 선수들을 데리고 있다. 나는 누구보다 공정해야 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 상대 팀에 따라 다른 전략을 세우고 최고의 성적을 낼 수 있는 베스트 11을 구성하는 게 내 소임이다. 한국 팬들의 관심은 설기현이겠지만, 나의 관심은 경기를 이기는 것이다. 우리 팀의 상황은 매우‘ 경쟁적’이다. 설기현과 경쟁하는 글렌 리틀, 스티븐 헌트, 보비 컨베이, 케빈 도일, 르로이 리타, 데이브 키슨, 쉐인 롱은 정말 훌륭한 선수들이다. 시즌 초반 설기현의 활약은 최고였다. 시즌 말에도 매우 좋았다. 그때는 그들 중 한 명이 벤치를 지켜야 했다. 하지만 이유가 무엇이었든 간에 시즌 중반의 설기현은 그리 좋은 상태가 아니었다. 나는 한국 팬들을 위해서 최고의 컨디션이 아닌 그를 기용할 수 없었다. 미안하지만, 나는 내 보스를 기쁘게 해야 했다.
올 시즌은 상당히 흥미로운 시즌이 될 것 같다. 로이 킨의 선더랜드가 프리미어리그에 올라왔고 에릭손은 맨체스터 시티를 맡았다. 감독으로서 로이 킨이나 에릭손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당신은 나의 올해의 감독상 수상을 축하해줬다. 나는 올해의 감독상 투표에서 로이 킨에게 표를 던졌다. 로이 킨이 감독을 맡은 건 시즌이 시작되고 5경기가 지난 후였다. 그는 초보 감독이었고 팀에 대해 미처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팀을 맡았다. 하지만 남은 40경기를 훌륭하게 치러냈고 팀을 프리미어리그에 올려놓았다. 누가 이보다 놀라운 일을 해낼 수 있겠는가. 에릭손에 대해 내가 아는 건, 그가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감독이었다는 것 뿐이다. 그가 지난 시즌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던 맨체스터 시티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를 지켜보는 건 무척 흥미로울 것이다.

방금 나는 ‘포스트 퍼거슨 리스트’에 대해 언급했다. 당신은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차기 맨유 감독 후보라는 것에 대해 인정하는 건가?
부정하지 않은 건 아직 어떤 계획도 없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맨유의 감독이 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인생이란 한순간에 바뀌기도 한다. 아무튼 그런 것에 신경 쓰지는 않는다.

상대적으로 열세인 팀이 모두 인정하는 강팀과 경기할 때, 이름값에 미리 주눅이 들어 제 기량을 펼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 국가대표팀도 그런 일이 많았다. 당신이 앞에서 언급한 상위 5개 팀을 만날 때 선수들에게 어떤 주문을 하는가?
내가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건, 우리가 경기에 지더라도 손해볼 게 없다는 사실이다. 아무도 우리 팀이 이기거나 심지어 비기는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우리가 이기거나 비긴다는 건 매우 놀라운 결과이다. 그런 팀들에게 진다고 해도 세상이 끝나지 않는다. 우리는 그저 경기를 즐기고 그런 경험을 통해 배우면 그만이다. 나는 선수들에게 올드 트래포드, 스탬포드 브리지, 에미레이트 스타디움, 안필드에서 마음껏 즐기라고 말한다. 20년이 지난 후 그런 강팀들과의 경기를 즐겼다고 추억할 수 있도록 뛰라고 주문한다.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그래도 심중에는 강팀을 꺾는 희열에 대한 욕구가 있지 않나? 당신의 필승 전략을 듣고 싶다.
보통의 팀에는 2~3명의 키 플레이어들이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상위 5개 팀에는 5~6명의 키 플레이어들이 있다. 2~3명 정도는 우리 선수들이 방어할 수 있지만, 5~6명쯤 되면 이는 거의 불가능해진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가급적 그들이 제대로 플레이를 하지 못하게 하는 정도다.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가끔은 결과가 성공적이다. 지난 시즌 우리는 첼시와의 원정 경기에서 승점 1점을 얻었다. 정신적으로 이 1점은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장기적인 리그 운용의 관점에서 이것은 달랑 1점에 불과하다.

미드필드의 핵심인 시드웰이 첼시로 이적했다. 나는 어제 경기에서도 시드웰 생각이 간절했다.
나도 공감한다. 시드웰과 함께라면 우리는 좀 더 강한 팀이 될 것이다. 요즘의 축구는 비즈니스 아닌가. 그러다보니 시드웰이 첼시로 이적을 했다. 우리 팀에서라면 그는 올 시즌 최소한 30경기에 출전할 것이다. 그러나 첼시에서 그는 10~15경기, 잘하면 20경기 정도에 출전할 것이다. 축구 인생에서 그런 변화는 무척 중요하다. 내 임무는 시드웰의 공백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대체할 선수를 찾는 것이다. 어제 경기만으로 그의 공백을 논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우리는 8주 만에 경기를 치렀으니까.

올 시즌은 개막과 동시에 맨유, 첼시와 경기해야 한다. <더 선>에 실릴 만한 선수 보강이 없다면, 위건이 지난 시즌에 겪었던 2년 차 징크스를 경험할지도 모른다.
우리 구단은 아주 작은 시장에서 선수를 구할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는 선수를 영입하는 데 몇 가지 제한 사항이 있다. 먼저 이적료 문제다. 우리는 한 선수를 영입하는 데 2천7백만 파운드 이상을 지급할 수는 없다. 두 번째는 연봉 문제다. 우리 팀의 최고 연봉자도 프리미어리그의 평균 연봉보다 낮은 수준이다. 레딩은 리그에서 가장 적은 예산으로 꾸려가는 구단이니 어쩔 수 없다. 세 번째는 선수가 우리 팀에 오기를 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작아질 수밖에 없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가 마음에 들어 하는 선수를 갖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얼마 전 미드필더 영입을 위해 스코틀랜드 리그에서 뛰고 있는 한 선수와 접촉했지만 그는 우리 팀이 작은 구단이라는 이유로 우리와 대화하는 것조차 거부했다. 게다가 2년 차 징크스를 피해갈 수만은 없을 것이다. 지난 시즌 레딩은 너무나 좋은 성적을 거뒀다. 우리 팀과 위건은 연고 지역의 부유층이 소유했다는 점에서 비슷한데, 그들은 러시아나 미국인 구단주들만큼 부유하지는 않다. 2년 차 징크스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결국 우리 자신과 경쟁해야 한다. 잉글랜드 축구는 비즈니스가 되어버렸다. 돈을 가진 자가 좋은 클럽을 꾸릴 수 있고 우승을 할 수도 있다.

얼마 전, 한국 선수 중에 눈여겨보는 이가 있다는 말을 했다. 팀의 상황과 감독의 성향을 볼 때, 미드필더 자리에 체력이 강하고 스피드가 뛰어난 선수일 것 같은데….
현재 아시안컵에 스카우터를 파견한 상태이다. 두 명 정도의 한국 선수를 눈여겨보고 있긴 하지만, 그들은 우리가 검토하고 있는 수많은 선수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 선수를 영입하는 데에 제한이 많아 쉽게 결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음, 당신이 말한 강한 체력과 스피드가 뛰어난 미드필드가 있다면 그는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선수가 될 것이다.
조금 있다가 오프 더 레코드로 세 명 정도 추천하겠다.(웃음)

당신이 지적한대로 프리미어리그에 외국인 구단주들이 득세하고 있다.
그들이 왜 프리미어리그 구단을 사들이는지 정확히 모르겠다. 경제적인 이유일 수도 있고 개인적인 이유일 수도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그들은 막대한 자금으로 전 세계의 훌륭한 선수들을 쓸어담다시피할 테고, 당장은 그들의 영향으로 프리미어리그가 전 세계에서 가장 활기찬 리그가 될 것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금전적인 목적이 개입돼 있어 다소 의문스럽다. 잉글랜드 축구가 지나치게 미국화되는 것 같기도 하고….

프리미어리그를 배후에 둔 것치곤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의 성적이 영 신통치가 않다.
프리미어리그에는 많은 자본들이 들어오고 그 돈으로 세계적인 선수들을 영입하고 있다. 아스날에는 잉글랜드 선수들이 거의 없다. 개인적으로는 각 팀의 절반 정도는 잉글랜드 선수로 채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리그는 잉글랜드 리그가 아닌가. 그래야만 잉글랜드 축구의 미래가 보장된다. 잉글랜드 선수가 제대로 뛰지 못하는 리그를 기반으로 어떻게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까? 맨유는 체계적인 유스 시스템으로 유명한 팀인데, 정작 그 유소년팀에 잉글랜드 선수들은 별로 없다. 오히려 외국인 선수들이 더 많다. 레딩도 마찬가지다.

레딩은 당신의 꿈에 얼마나 근접한 팀인가? 지금 당신의 머릿속에 있는 드림팀은 어디인가?
나는 어렸을 때 리버풀 팬이었다. 나는 매주 빌 샹클리(Bill Shankly: 안필드 앞 광장에 동상으로 서 있는 리버풀의 레전드!)가 뛰는 리버풀 경기를 지켜봤다. 1970~80년대 유럽 챔피언이었던 그들은 패스를 위주로 공간을 넓게 활용하며 윙어들이 크로스를 올리는 경기를 펼쳤다. 나는 그들의 창의적인 경기 스타일을 레딩에 접목하려 애쓰고 있다. 당신의 질문은 맨유나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을 염두에 둔 것 같은데(웃음) 내게 축구는 멀고 긴 여행이다. 내 머릿속에 아직 최종 목적지는 정해져 있지 않다. 레딩과는 2년을 계약했지만, 개인적으로는 한 시즌에 내 모든 역량과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1년 계약을 선호한다. 시즌이 끝난 후 내가 원하는 다른 구단을 찾을지, 현재의 구단에 남을지, 아니면 휴식기를 가질지를 결정하는 방식이 내게는 더 편하다.

어느 직장이나 마찬가지지만, 사람을 다루는 게 가장 힘든 일이다. 당신은 좋은 기량을 발휘하면 언제든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고 다른 팀으로 갈 수 있는 사람들의 상사이다. 당신보다도 더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들을 어떻게 컨트롤하는가?
가장 중요한 건 공동의 목표가 개인의 목표에 앞선다는 점이다. 나는 팀에 좋은 게 결국 개인에게도 좋은 것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그런 원칙에 입각해서 매 시즌 선수들에게 나의 목표와 같은 목표를 설정하도록 권유한다. 지금까지는 잘해왔지만 우리 팀의 성적이 좋아질수록 그것은 내가 풀어야 할 숙제가 더 많아진다는 의미도 된다. 팬들을 제외하고는 잉글랜드 축구에 ‘로열티’라는 게 남아 있지 않으니, 시즌 뒤 선수들이 많은 연봉을 받고 이적하는 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당신은 경기 중에 잘 웃지 않는다. 웨스트햄을 6:0으로 이길 때에도 살짝 미소만 지었을 뿐이다.
상대방을 배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동업자 정신이라고 할까? 내 팀이 0:4로 지고 있는데 상대방 감독이 껄껄거리며 크게 웃는다면 나는 매우 화가 날 것이다. 나는 무례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고, 그래서 감정의 노출을 자제하는 편이다.

당신 무릎의 상흔을 보았다. 그것이 스티브 코펠이 맨유의 라이트윙으로 뛰는 일을 스물여덟에서 멈추게 만든 그 상처
인가?
그렇다. 사실 왼쪽 무릎은 일곱 번, 오른쪽 무릎은 두 번 수술했다. 1982년 월드컵 예선 헝가리와의 경기에서 지독한 태클을 당했다. 태클을 당하던 순간 내 왼쪽 무릎에서 불꽃놀이가 벌어지는 줄 알았다. 요즘이라면 그 정도 부상은 의사의 도움으로 완치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는 의술이 그다지 발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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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정석헌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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