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일을 하고,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고, 하고 싶은 말을 한다.
그리고 휘파람이라도 불면서 마음 가는 대로 오늘을 산다.
80세가 넘은 고령자라면 그렇게 살아도 된다”
1 노화를 받아들여라
80세 이후는 70대와는 완전히 다르다. 어제까지 가능했던 일이 오늘은 안 되는 상황을 수없이 맞닥뜨린다. 결국에는 단 하나의 결론으로 모인다. 바로 노화를 받아들이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소중히 여기는 삶의 자세이다. 이것이 ‘행복한 노후’와 ‘불행한 노후’를 가르는 기준이다. ‘행복’은 주관적이다. 즉, 자기 자신이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면, 노화를 한탄하여 이제 이것도 할 수 없고 저것도 할 수 없다며 ‘없다, 없다’를 되뇌기만 하면서 사는 사람이 있고, 노화를 받아들여 아직 이것도 할 수 있고 저것도 할 수 있다며 ‘있다, 있다’를 소중히 여기면서 사는 사람이 있다. 어느 쪽이 행복할까? 정답은 본인만이 알겠지만, 지금까지 필자가 임상 현장에서 경험한 바로는 ‘있다, 있다’의 자세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행복해 보였고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 즐겁게 지내는 경우가 많았다.
2 의사·약·병원의 벽
80세가 넘으면 건강검진은 하지 않아도 된다. 필자는 현직 의사이지만 현대 의료에 대해서는 조금 회의적인 부분이 있다. 자세한 이유는 차차 설명하겠지만, 한마디로 많은 의사가 ‘숫자만 보고 환자는 보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전형적인 예가 건강검진이다. (중략) 대부분의 회사에서 정기 건강검진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예전에는 남성이 건강검진을 받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건강검진이 장수로 이어진다면 남녀의 수명은 역전되었을 법도 한데, 오히려 남녀 간의 차이는 더 벌어졌다. 결론적으로 건강검진이 별 의미가 없었다는 뜻이다. 물론 건강검진을 통해 암 등을 조기 발견하기도 한다. 검진으로 목숨을 구하는 사람도 있으리라(도리어 몸이 나빠지는 사람도 있지만). 그러나 건강검진의 기준이 되는 ‘정상 수치’가 ‘정말로 정상인지’는 의심해볼 여지가 있다. 어떤 수치가 정상인지는 사람마다 다 다르기 때문이다.
3 컨디션이 나빠지는 약은 ‘버려도 된다’
나를 포함하여 고령자 진료를 전문으로 하는 의사는 약을 많이 쓰지 않는다. 고령일수록 약 부작용이 잘 생긴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자는 간이나 신장의 처리 능력이 떨어지면서 약 성분이 체내에 오랫동안 머물게 되고 그만큼 부작용 위험이 증가한다. 바로 ‘약물 위험’이다. 게다가 약을 먹고 혈압이나 혈당을 일시적으로 떨어뜨린다고 해도 이것이 장기적으로 건강한 장수로 이어지는지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또 ‘다약제복용’(여러 종류의 약을 동시에 복용하는 일)이 어떤 상호작용을 일으키는지도 거의 검증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의사의 지시대로 약을 전부 먹을 필요가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의문스럽다. 적어도 먹고 나서 오히려 컨디션이 나빠지는 약은 ‘버려도 된다’고 생각한다. 힘들어하면서까지 약을 먹으면 면역력은 반드시 떨어지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만큼 감염증이나 암에 걸리기도 쉽다.
4 치매·인지장애의 벽을 넘어서다
일반적으로 인지장애는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현대 의학의 수준에서는 ‘효과가 조금 있을 수 있는’ 정도의 약밖에 없다. 즉, 조기에 발견해도 의료의 힘으로는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앞서 지적했듯이 인지장애라고 진단받는 순간 주변 사람들은 태도를 바꾸거나 역할을 빼앗는다. 그러므로 건망증이 시작되는 정도의 단계라면 오히려 의사에게 가지 않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핵심은 인지장애 진단을 받는 일이 아니라 인지장애의 진행을 늦추는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지장애의 진행을 늦추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지속해서 머리를 쓰고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5 안 되는 일은 털어버리고, 잘되는 일은 지속한다
수면 부족은 뇌뿐만 아니라 신체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우선, 수면이 부족하면 암에 걸리기 쉽다. 40~79세 여성 2만 4,000명을 7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수면 시간이 6시간 미만이면 7시간 이상 자는 사람에 비해 유방암 발생 위험이 1.6배 증가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수면 부족으로 면역력 저하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또 수면이 부족하면 당뇨병과 고혈압 위험이 2배가량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 이는 인슐린 기능이 약해지면서 혈당이 올라가기 때문이라고 추정한다. 그리고 당뇨병이나 고혈압이 생기면 한층 더 잠을 이루지 못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당뇨병에 걸리면 야간 빈뇨가 생길 뿐만 아니라, 입이 마르거나 다리에 통증이나 저린 증상이 나타나서 불면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증가한다. 한편 고혈압이 생기면 교감신경이 우위를 차지하면서 잠을 이루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
6 맛있게, 그리고 충분히 먹는다
단백질은 내장, 근육, 피부 등 인체를 형성하는 주성분이다. 따라서 단백질이 부족하면 내장 기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근육이 감소하고 피붓결이 나빠진다. 또한 단백질은 면역항체, 호르몬, 효소처럼 인체를 관장하는 주요 물질의 재료이다. 그래서 단백질이 결핍되어 면역항체 등을 만드는 재료가 부족해지면 면역기능이 저하된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고령자는 폐렴(사망 요인 5위)이 악화하여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많은데, 젊은 사람보다 폐렴이 쉽게 중증화하는 이유 중 하나도 단백질 부족에 따른 면역력 저하 때문이다.
7 참거나 무리하지 않기
80세가 넘으면 노화에 맞서기보다는 나이 듦을 받아들이는 삶이 행복한 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앞서 다뤘듯이, 85세가 넘어 사망한 사람을 부검하면 대부분 몸에서는 암이, 뇌에서는 알츠하이머형 병변이, 혈관에서는 동맥경화가 발견된다. 하지만 생전에 이러한 사실을 몰랐던 사람도 적지 않다. 나이가 들면 몸에 여러 개의 ‘병의 씨앗’을 지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병의 씨앗이 언제 싹을 틔울지는 알 수 없다. 오늘은 건강하다가도 당장 내일 환자가 되기도 한다. 갑작스레 사망하는 예도 있다.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다. 필자가 권하는 노년의 삶이란,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내일 당장 생이 끝난다 해도 후회가 남지 않는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참거나 무리하지 않기’는 후회 없는 나날을 만드는 중요한 방법이다.
8 그만두지 않기
오늘 건강하게 걷는 사람이 일 년 후에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렇다고 해서 걷지 않는 생활만을 계속하다 보면 전혀 걷지 못하게 된다. 남은 기능을 쓰지 않으면 순식간에 쇠약해지는 것이 80세가 넘은 고령자의 무서운 현실이다. 82~83세 무렵에 급격하게 쇠약해지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은 대개 80세를 계기로 많은 일을 그만둔 사람들이다. 질병이나 부상으로 어쩔 수 없이 그만둔 사람도 있지만, 별다른 이유 없이 집 안에만 머무는 사람 중에도 움직이지 못하게 된 사람이 많이 있다. 아직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포기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몸이 된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9 논다, 외출한다, 웃는다
‘웃음’은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웃으면 자연히 다량의 산소를 체내로 흡수하게 된다. 고령자는 호흡근이나 가로막의 근력이 약해지면서 폐활량이 감소하고, 혈액 속의 산소포화도가 떨어진다. 하지만 웃으면 자연히 복식호흡이 일어나 일시적으로 호흡력이 높은 상태를 회복한다. 또한 웃으면 NK세포의 활성도가 상승하여 면역력이 올라간다. 코미디를 보고 난 후에는 NK세포의 활성도가 35~45%나 높아진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이는 일반적인 약을 복용했을 때보다 훨씬 큰 효과이다.
10 ‘위장의 9할’을 실천하라
40~50대까지는 ‘영양 과다 섭취’에 따른 생활습관병이 문제가 된다. 그러나 고령이 되면 저영양 상태에 따른 노쇠가 훨씬 더 심각한 문제이다. (중략) 저영양 상태가 되었을 때 특히 우려되는 문제가 ‘낙상’ 사고이다. 단백질 부족으로 근육량이 감소하면 사소한 원인으로도 쉽게 넘어지기 때문이다. 그 결과 골절되면서 누워 지내는 사람도 적지 않다. 따라서 나는 고령자에게는 ‘위장의 8할’이 아니라 ‘위장의 9할’은 차도록 음식을 섭취하라고 권한다. ‘위장의 9할’이란 폭음이나 폭식을 피하면서도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양적으로도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식사한다는 뜻이다.
11 수치에 집착하지 말 것
고령이 되면 검사에서 다소 ‘이상 수치’가 발견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검사 결과표의 위에서 아래까지 이상 수치로 도배되어 있다고 해도 80대까지 살아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건강하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장기 하나하나의 수치에 집착하여 수치를 올리거나 내리기를 목표로 하면 오히려 전체적인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다. 예를 들어 고혈압 판정을 받고 저염식을 통해 검사 수치가 다소 개선되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나 하루하루 맛이 별로 없는 저염식을 먹으면서 ‘음식’에 대한 즐거움을 잃게 되면 도리어 몸 전체의 면역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심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12 뇌와 마음의 자유를 허락한다
뇌의 쇠약을 막기 위해 매일 ‘왜?!’라고 질문하는 습관을 지니기를 권한다. 단순한 ‘왜?’가 아니라 느낌표가 붙은 ‘왜?!’이다. ‘왜?’는 단순한 의문이지만 ‘왜?!’는 감정을 수반하는 의문이다. 예를 들면, 신문이나 텔레비전에서 사건이나 사고 소식을 접하면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30초 정도면 되니 스스로 생각해보도록 하자. 인간은 ‘감정’부터 노화한다. 그러므로 이렇게 감정을 수반하는 문제를 스스로 설정하고 사고하면 뇌의 쇠약을 막을 수 있다.
와다 히데키 박사는…
일본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노인정신의학 및 임상심리학 전문의로 30여 년 동안 노인정신의학 분야에 종사하며 연구를 계속해오고 있다.
1960년 오사카 출생으로 도쿄대학 의학부를 졸업했다. 정신과 전문의로 도쿄대학 의학부 부속병원 정신신경과 조수로 근무했으며 미국 칼 메닝거 정신의학학교 국제연구원을 거쳐 현재 ‘와다 히데키 마음과 몸 클리닉’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2022년 발간한 <80세의 벽>(힌스미디어)이 아마존 서적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며 누적 판매 부수 70만 부를 돌파하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노인정신의학 전문가로서의 명성이 한층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