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I INTERVIEW
경북 예천군 대창고 수학 교사 김윤균
Q 학교 수업만으로 수능을 대비할 수 없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현직 교사로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학교 수업은 교과서의 진도에 따라 해당 단원의 내용을 충실히 학습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해당 단원에 관련된 내용을 충실하게 수업하고 그 단원의 내용에 관해 시험문제를 출제하는 것이 학교 수업의 원칙입니다. 그런데 수능이라는 시험은 고교 과정에서 배운 다양한 수학적 내용을 복합적으로 출제하는 문제들이 있습니다. 이른바 킬러 문항이라는 것인데요, 현행 학교 수업에서는 소화하기 힘든 문제들이죠. 특히 50분 동안 15~25문항으로 모든 전교생을 변별해야 하는 내신 시험에서 고난도 문제를 출제하면 한두 명만을 위한 시험이 되겠죠. 그래서 고3 학생들이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이해합니다. 학원이 거의 없는 시골 지역에서는 학생들이 인강(인터넷 강의)과 EBS에 많이 의지하고 있습니다.
Q 사교육의 혜택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는 대도시 지역이나 자사고 학생들에 비해 지방 일반고 학생들이 수능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지방 일반고 학생들은 수능을 준비하기보다는 학종(학생부종합전형)이나 교과와 같은 수시전형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방에서는 이미 수능이 대입 창구로서의 의미를 상실해가고 있는 셈이죠.
“킬러 문항은 학생들에게 학습 의욕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포기를 강요하는 시험이 되고 있죠”
Q 최근 정부에서 지적하는 킬러 문항의 문제에 대해 변별력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킬러 문항뿐만 아니라 30년간 지속된 수능의 전반적인 기능에 대해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킬러 문항이라고 불리는 문제의 경우 현직 교사들도 시간 내에 풀기가 쉽지 않습니다. 결국 학생들에게 학습 의욕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포기를 강요하는 시험이 되고 있죠. 물론 최상위권 변별을 걱정하는 주장도 있지만, 진정한 수학적 사고력을 묻는 문제로 변별할 수도 있을 텐데 왜 이렇게 함정을 판 문제로 변별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차라리 개별 단원에 관련된 문제를 중심으로 수학적 학습 정도를 평가하는 기존의 학력고사 형태가 대부분의 일반계 고등학교 학생에게는 더 적절한 평가 방식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Q 최상위권이나 농어촌 학생 같은 특정 집단이 아닌 일반적인 고등학생의 입장에서 가장 변화돼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특목고(특수목적고등학교)나 자사고처럼 학문에 뜻을 둔 학생을 위한 학교와 특성화고처럼 현실적인 직업교육을 우선하는 고등학교를 더 늘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학교에도 서울대 최상위 학과 진학을 꿈꾸는 학생과 전문대 졸업 후 빨리 직장을 갖고 싶어 하는 학생이 같은 교실에서 같은 수업과 같은 시험을 보고 있습니다. 수능 킬러 문항을 수업 시간에 풀어주면 단 한 명의 학생을 위한 수업이 됩니다. 다양한 꿈을 가진 학생들을 묶어 현실적인 교육을 제공한 뒤, 대학에서는 다양한 전형으로 진학의 기회를 제공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에게 언제든 자신의 경로를 수정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준다면 지금처럼 모든 것을 다 걸고 준비해야 하는 입시는 사라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