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제 과잉 시대
아주 어린 아이도 유산균과 비타민 D를 꼭 챙겨 먹이라고 한다. 아이가 클수록 챙겨야 할 영양제는 더욱 늘어난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나이 들수록 ‘꼭’ 챙겨 먹어야 할 영양제가 늘어나고, 때에 따라서는 어떤 영양제를 먹는 것이 유행처럼 퍼진다. TV 프로그램이나 연예인들의 개인 SNS를 통해서도 ‘어떤 영양제를 먹을까?’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런데 이제는 권장 섭취량보다 더 많은 양의 비타민을 섭취하는 메가도스가 유행이다. 비타민 B·C·D 등을 고함량으로 섭취하는 것인데 특히 그중에서도 비타민 C가 가장 주목받고 있다. 비타민 C 메가도스는 예전부터 있어온 고함량 섭취 방법인데, 팬데믹 시대를 지나며 다시 한번 재조명됐다. 많은 사람이 갑작스러운 감염병 대유행에 평소 건강을 챙기고 면역력을 높이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느꼈던 것. 과연 비타민 C 메가도스는 효과가 있을까?
현대인의 필수영양소 비타민 C
비타민 C는 수용성 항산화 비타민으로 빈혈 예방, 항바이러스와 항균 작용을 하며 암 예방에도 효과가 있는 등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다. 포유류는 스스로 몸속에서 비타민 C를 만드는데, 유일하게 사람은 스스로 비타민 C를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외부로부터 보충해야 한다. 현대인에게 비타민 C가 꼭 필요한 이유 중 하나는 스트레스 때문이다.
비타민 C는 체내에서 아드레날린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합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조효소 역할을 한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은 혈중에 비타민 C가 측정되지 않을 정도로 고갈된다고 한다. 스트레스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은 부신이라는 작은 내분비기관에서 분비된다.
그래서 부신에는 높은 농도의 비타민 C가 존재하는데,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를 대량으로 소비해 혈중 비타민 C 농도가 큰 폭으로 감소한다. 스트레스로 인한 다양한 질병과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일어나는 요즘 시대를 감안해보면 비타민 C는 필수영양소임에 틀림없다.
비타민 C 메가도스
비타민은 적절히 복용하면 피로 해소나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과다 섭취할 경우 간에 무리를 줄 수 있다. 수용성 비타민은 고함량으로 섭취하면 소변 등으로 배출되지만 지용성 비타민은 축적될 수 있으므로 비타민 성질에 따라 복용량을 조절하는 것이 좋다. 비타민 C는 수용성 비타민이지만 고함량을 섭취했을 때 복통이나 구토, 설사 등의 위장 장애 증상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한국영양학회와 보건복지부에서 5년마다 발행하는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2020)에 따르면 성인의 비타민 C 1일 용량은 2000mg이 상한선이다. 이는 건강한 사람에서 위장관 장애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정도의 양을 근거로 설정한 것.
비타민 C를 메가도스 하는 방법은 무조건 자주 고함량을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적정량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비타민 C의 항암 효과에 대해 적극적으로 밝힌 하병근 박사는 체질에 따라 비타민 C의 필요량이 다르다고 말했다. 1981년 로버트 캐스카트 박사가 고안한 ‘장관용 용량’은 하루 3g으로 시작해 설사의 유무를 확인해가며 6~12g으로 양을 늘려가는 방법이다. 권장 용량은 있으나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으므로 스스로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메가도스를 시도하려는 이들은 어떤 비타민 C를 골라야 할까? 천연 비타민이냐, 합성 비타민이냐에 대한 논란도 많지만 비타민 C 원료에 화학 부형제와 같은 합성 첨가물이 함유되지 않은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루 형태가 이에 부합하는 제품이지만 먹기가 번거로운 것이 단점이다. 알약이나 가루 형태 모두 개별 포장된 것이 좋다. 비타민 C는 뚜껑을 여는 순간 변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섭취해야 하며, 조금이라도 노랗게 변한 제품은 절대 먹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