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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부대끼기 좋은 선술집

그녀가 말했다. “선배, 딱 한 잔만 더 마시면 내가 먼저 고백해버릴 것 같아.” 보통 이런 대사가 가능한 장소는 휘황찬란한 레스토랑도, 화려함으로 무장한 바도 아닌 작고 아늑한(때로는 허름한), 살 부대끼기 좋은 선술집이다.

UpdatedOn September 08, 2011



막집
7명만 돼도 처음 보는 사람과 무릎과 어깨를 마주해야 하는 선술집 막집에 없는 것. 우선 메뉴판이 없다.(허걱!) 주인장은 그날그날 시장을 봐서 3~4가지 안주를 내놓는데, 도토리묵, 손만두, 우동부터 킹크랩, 톰양꿍, 퐁뒤까지를 커버한다. 어떻게 먹든 1인당 1만원씩 안줏값을 내면 그만이다. 손님은 오직 맥주냐, 소주냐를 결정하는 것뿐. 그러나 참이슬과 카스 맥주는 없다. 게다가 일행 중 여자가 1명이라도 있어야 ‘입장’이 가능하다 보니, (남자들끼리 오면 꼭 시비가 붙기 때문이란다) 김 부장을 ‘씹어대는’ 박 과장과 이 대리도 없다. 대신 까칠한 차도남 필의, 그러나 이따끔씩 ‘개그 작렬하시는’ 옆집 아저씨 같은 주인장이 있고, ‘오늘은 어떤 안주가 나오려나’ 설레는  기대감이 있으며, 일단 앉기만 하면 앉은뱅이로 만들어버리는 묘한 분위기와 자신이 있는 곳이 강남 한복판임을 잊게 해주는 따뜻한 사람들이 있다. 
위치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227-4 양지상가 1층 41호(강남 YMCA 뒷골목)
문의 02-512-2113 영업시간 오후 6시 ~ 마지막 손님이 나갈 때까지(일요일 휴무)



기찻길 집
용산역에서 철길을 따라 걷다 보면 머릿속에 ‘서울’이라 아로새겨진 모습과는 전혀 딴판인 세상이 눈앞에 펼쳐진다. 어느 소도시의 읍에서나 봤음직한 전통 가옥 위에 개량형 기와를 얹은 집이나, 사람 둘이 지나가기도 비좁은 구불구불한 골목들, 그리고 전깃줄과 철로가 뒤엉킨 건널목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건널목 바로 옆엔 허름한 선술집 하나가 자리 잡고 있다. 이름도, 간판도 없다. 혹자는 기찻길 집이라 하고, 또 어떤 이는 간판 없는 집이라 부르는 이 집에 들어서면 내가 살고 있는 곳이 1970년대 서울 어디쯤인가라는 착각마저 든다. 기차가 지날 때마다 전해지는 진동이 정겹고, 사장의 취향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턴테이블 위의 김광석, 들국화, 부활의 LP판들, 그리고 문 여닫을 때마다 삐걱이는 소리는 애틋하기까지 하다. 테이블은 고작 서너 개가 전부다. 안주는 닭똥집, 오돌뼈, 파전 등 여느 포장마차 안주와 비슷한데, 얼마나 푸짐한지 접시를 비워본 기억이 없을 정도다. 배가 찰 때까지 푸짐하게 먹이는 주인이나 알아서 술을 가져다 마시는 단골이나 영락없이 밤새도록 술잔을 기울이고 싶은 그때 그 시절의 학사 주점 같은 분위기다.
위치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3가 40-44(백빈 건널목 건너)
영업시간 오후 6시 ~ 새벽 2시 



모루야
일본 영화의 한 장면을 상상하면 쉽겠다. 여자친구를 집에 바래다주다 헤어지기 아쉬워 무작정 들어가는 작은 사케 집.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있다는 걸 이곳에 가보고야 알았다. 왁자지껄한 이자카야가 여기저기 생기는 건 알았지만 ‘사케 바’가 있는 줄은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터다. 신천, 그러나 한적한 주택가에 둥지를 튼 모루야에 앉아 있으면 나무 도마 위에서 파를 써는 소리가 그렇게 좋게 들릴 수가 없다. 거기에 어울리는 조용하면서도 몽환적인 ‘시부야계 음악’은 감미롭다 못해 드라마틱하기까지 하다. 술은 술술 넘어가고 술병은 술술 늘어난다. 안주는 일본에서 직접 연마해온 ‘불 맛’ 제대로 박힌 숯불 꼬치구이가 주 무기다. 특히 단돈 5백원에 마시멜로 꼬치구이를 판매하는데, 달디단 마시멜로와 사케가 선보이는 의외의 궁합이 이채롭다. 머릿속에 정형화된 이자카야의 이미지를 탈피, 모던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는, 그래서 이곳을 반드시 여자친구와 함께 찾아야 하는 이유가 된다. 
위치 서울시 송파구 잠실동 206-2
문의 02-415-5792
영업시간 오후 6시~새벽 1시(일요일 휴무)

심야 오뎅 
처음 찾아가는 사람들은 골탕 좀 먹으리. ‘새벽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연 곳이 있을까’ 싶은 부암동 꼭대기 주택가에 자리한 심야 오뎅은 낮에는 꽃집, 밤에는 이자카야로 변신하는 ‘반전의 오뎅 바’다. 플로리스트인 주인이 불면증을 계기로 시작한 오뎅 바는 밤 11시부터 꽃시장이 문을 여는 새벽 4시까지 영업하는데, 테이블은 고작 3개, 10명만 들어차도 비좁은 규모다. 아담한 공간에서는 정겨움이 묻어나고, 낯선 사람과도 금세 친구가 되는 포근함마저 느껴진다. 본래는 오뎅과 사케만을 판매하던 곳이었지만, 최근에는 요리에 재미가 붙어 김치찌개, 부침개, 두부김치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사케와 맥주, 그리고 막걸리는 한 사람당 한 잔씩만 판매한다. 술에 취하면 집에 갈 방법이 까마득한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좋은 음식과 술이 있으면 언제든지 직접 가져와 나누어 먹어도 좋다. 이 집의 콘셉트가 단번에 느껴지는 대목이다. 오픈하는 날이 불규칙하니, 반드시 트위터
(@royalsketch)로 영업 여부를 체크할 것.
위치 서울시 종로구 부암동 97-12(산모퉁이 카페 앞)  문의 02-379-0996 영업시간 밤 11시 ~ 새벽 4시

스튜어트
‘헉!’ 문을 열자마자 뒷걸음질부터 쳤다. 이유인즉슨 웬 외국인이 “Hello” 하는 것이 아닌가. 지독한 ‘영어 울렁증’ 환자인 터라 가게 문을 나서려는 찰나, 한국인 직원이 “편한 데 앉으세요” 한다. ‘휴~.’ 외국인의 정체는 이 집의 오너 스튜어트다. 부암동 주민인 그는 동네에 바다운 바가 없는 것이 아쉬워 직접 가게를 차렸다. 어눌한 한국말로 ‘동네 술집’이라 말하는 이 바의 규모는 5평 남짓, 10개의 좌석이 들어찼다. 나초, 치즈스틱 등 안주는 간단하지만 맥주, 와인, 위스키 등의 주류 리스트는 웬만한 술집 못지않다. 특히 국내 바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캐나다 맥주 무스헤드를 판매하는데, 스튜어트가 캐네디언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의 본래 직업은 라디오 DJ다. 영어 교육 프로그램 DJ일 거라 생각하겠지만, EBS와 TBC에서 음악 전문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다. 이 바의 음악 선곡도 그의 몫이다. 특히 록 밴드로도 활약한 바 있는 그는 ‘필’ 꽂히는 날이면 라이브 공연을 펼치기도 하는데, 그 어떤 클럽도 부럽지 않을 만큼 흥겨운 경험이 될 거다.
위치 서울시 종로구 부암동 254-5
문의 070-8951-5576 
영업시간 오후 7시 ~ 새벽 1시(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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