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FASHION MORE+

Body Spectrum

체형에 관계없이 우리는 무엇이든 입을 수 있다. 그게 자신이 원하는 것이라면.

UpdatedOn March 30, 2023

/upload/arena/article/202303/thumb/53337-511522-sample.jpg

 

“마른 몸에 대한 선호보다,
마르지 않은 몸에 대한 혐오 때문일 수도 있다.”

 

지난 2월, 밀라노에서 2023 F/W 컬렉션을 보며 남자들이 몸을 드러내는 방식이 점점 대담하게 변해간다고 느꼈다. 셔츠를 입지 않은 채 발끝까지 끌리는 코트를 걸친 돌체앤가바나의 룩, 배꼽까지 늘어진 슬리브리스를 선보인 구찌, 오직 브리프만 입은 모델들이 런웨이를 줄지어 걸었던 JW 앤더슨까지. 심지어 가을과 겨울이라는 계절의 특성을 생각하면 관능적이고 노골적인 룩들이 트렌드의 큰 축으로 자리 잡아간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그러다 문득 이렇게 노출이 즐비한 남성 컬렉션에선 왜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볼 수 없는지 의문이 들었다.

자신의 몸을 긍정하는 용어 ‘보디 포지티브’는 한동안 패션계의 화두로 등장했고, 그 덕분에 여성 컬렉션은 물론 화보나 광고에 플러스 사이즈 여성 모델들이 등장하는 것이 오히려 익숙해졌다. 사회적으로 여성에게 강요되는 전형적인 아름다움이 뿌리 깊게 고착화돼 있어 이런 경향이 가히 혁명적으로 물들어간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깡마른 몸이나 탄탄한 근육을 전시하듯 보여주는 남성 컬렉션이 점점 많아지는 것을 보면 남자의 체형에도 다양성이 존재해야 하지 않느냐는 물음이 생긴다. 물론, 이런 예가 전혀 없던 것은 아니다. 리한나의 세비지×펜티 혹은 신진 디자이너 S.S 달리 컬렉션 등에서 다양한 사이즈의 모델들을 종종 목격했다. 하지만 남성 컬렉션에서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보기 어려운 이유는 마른 몸에 대한 선호보다, 마르지 않은 몸에 대한 혐오 때문일 수도 있다.

/upload/arena/article/202303/thumb/53337-511521-sample.jpg

최근 SNS에선 젠더 플루이드 패션을 즐기는 할리우드 스타 해리 스타일스와 샘 스미스의 패션이 각자 다른 이유와 방식으로 옹호와 비난의 대상이 되며 끊임없이 언급되고 있다. 논바이너리라고 선언한 후 파격적인 패션 스타일을 맘껏 즐기는 샘 스미스는 몸의 곡선이 그대로 드러나는 발렌티노의 반짝이는 점프수트를 입고 공연한 후, 악플러들의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 보기 싫다거나 의상이 너무 퀴어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이와 반대로 샘 스미스와 비슷한 옷을 입었던(오히려 더 화려한) 해리 스타일스는 성별의 경계를 허무는 도전적인 패션 아이콘으로 주목받았다. 대신 본인은 퀴어가 아니면서 퀴어적인 패션을 그저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퀴어베이팅의 논란은 피할 수 없었지만 말이다.

이런 일련의 사건으로 미루어볼 때, 아름다운 패션이라는 고정관념 아래에는 마른 몸에 대한 강박적인 편견과 뚱뚱한 몸에 대한 혐오가 깊숙이 자리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남성과 여성으로 성별을 구분하는, 이분법적이고 구시대적인 사고에서 여전히 벗어날 수 없다는 것 또한.

샘 스미스는 논바이너리로 커밍아웃한 후, 자신의 몸을 긍정하고 더 자신감 있는 태도로 옷을 입게 되었다고 말한다. 아름다움을 규정짓는 편견에 귀 기울였던 이전과는 달리, 마음이 원하는 모습 그대로. 그러니 우리는 실체 없는 인식의 굴레에서 벗어나 어디로든 오갈 수 있는 스펙트럼 위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과 욕망에 충실하게 무엇이든 마음껏 입을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것도 말이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CREDIT INFO

Editor 이다솔
Cooperation 쇼비트, 스플래시

2023년 04월호

MOST POPULAR

  • 1
    NEO GENDER
  • 2
    꽃구경도 식후경
  • 3
    EXOTIC FAIRY TALE
  • 4
    배우 이영애가 들려주는 평소의 생각들(feat. 취미, 고민, 작품 그리고 돈까스)
  • 5
    Earth Day

RELATED STORIES

  • FASHION

    예술과 기술의 경지

    루이 비통은 지난 3월, 호화로운 태국 푸껫을 배경으로 새로운 하이 워치 & 하이 주얼리를 선보였다. 메종의 놀라운 공예 기술, 하이 워치메이킹의 정수가 깃든 혁신적인 패러다임에 대한 면밀한 기록.

  • FASHION

    클래식의 정수, 미니멀한 디자인의 수동 면도기 4

    면도를 일상의 작은 즐거움으로 만들어 줄 수동 면도기.

  • FASHION

    과감함과 귀여움

    튜더 펠라고스 FXD 알링기 에디션에서만 볼 수 있는 스포츠 시계의 매력.

  • FASHION

    SPRING, SPRING

    솟아오르는 스프링처럼 힘차게 생동하는 봄의 기운.

  • FASHION

    Thinner

    얇아서 우아한 시계들.

MORE FROM ARENA

  • LIFE

    올라운더 주헌의 플레이리스트

    데뷔 9년 차, 쉴 틈 없이 달려온 몬스타엑스 주헌이 군입대로 잠시 자리를 비운다. 본인과 팀 그리고 팬덤을 위해 남다른 애정을 쏟아부었던 그의 대표곡을 무한 재생하며 2025년 1월이 오기를 기다려야 할 때!

  • DESIGN

    키치키치 뱅뱅

    한없이 엉뚱하고, 귀엽고, 흥이 넘쳐흐르는 키치한 매력으로 치장한 물건들.

  • DESIGN

    그날의 향 1

    향에 조예가 깊은 남자들이 말했다. 청명한 가을엔 내게 이런 향기가 났으면 좋겠다고.

  • INTERVIEW

    LIVE AGAIN

    새로운 나를 위한 위대한 도전, ‘트루헬스 마스터 챌린지 시즌 9’의 우승자들이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아레나> 카메라 앞에 섰다.

  • INTERVIEW

    홍이삭, “내가 어떤 충동에 의해서 노래를 쓰는 태도가 필요함을 깨달은 거죠.”

    ‘싱어게인3’ 홍이삭의 <아레나> 3월호 화보 및 인터뷰 미리보기

FAMILY SITE